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력 다할 것”… 대표직 사퇴론 선 그은 이재명

병원서 ‘체포안 가결’ 입장문 내
친명 지도부도 “李 사퇴는 없다”
당내 개편 요구 분출… 내분 확전
26일 예정 영장 심사가 분수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을 계기로 당 리더십 쇄신의 물꼬가 트일지에 야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26일로 예정된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지도체제 변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국민을 믿고 굽힘 없이 정진하겠다”며 당 대표직 사수 의지를 밝혔지만 결국 총선에 대비하려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야 한다는 요구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입원 단식’ 중인 이 대표는 22일 입장문을 통해 “더 개혁적인 민주당, 더 유능한 민주당, 더 민주적인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당의 모든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도 했다. 대표직 사퇴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기로에 선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가운데 2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재문 기자

이 대표는 “강물은 똑바로 가지 않지만 언제나 바다로 흐른다”며 “역사는 반복되면서 늘 정진했다. 결국 국민이 승리했고,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 체포동의안이 30표에 달하는 당 내부의 ‘반란표’에 힘입어 가결된 점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민주당 친명(친이재명) 지도부도 ‘이재명 체제’ 사수에 나섰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구 좋으라고, 이 대표의 사퇴는 없다”며 “이 대표 체제로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승리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일로매진(一路邁進)할 것”이라고 했다.

최고위는 당 리더십 공백 사태를 매듭짓기 위해 이 대표에게 거듭 단식 중단을 호소했다. 우원식·박홍근·김성환 의원 등도 이 대표를 병문안하러 가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언제 단식을 중단할지는 미지수다. 당내 중진의원 그룹, 김진표 국회의장에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단식 중단 요청까지 받아들이지 않은 이 대표가 스스로 ‘단식 출구’를 닫아버린 난감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당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친명 지도부가 또다시 ‘이재명 수호’에 나선 가운데서도 지도체제 개편을 둘러싼 당내 요구는 분출되고 있다. 전날 투표 결과에 박광온 원내대표가 사의표명을 했는데 당 최고위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듯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한 반감도 감지된다.

2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병상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이 대표와 면담을 마친 민주당 의원들이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원내대표단이든 당 최고위든 모든 지도부가 어떻게 이 사태를 해결해 나갈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라며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기회를 줄 건 주면서 신중한 대처를 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다른 의원은 “당연히 최고위에도 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여론이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비명(비이재명)계 한 초선 의원은 “원내대표만 책임이 있는 게 아니라 최고위도 책임이 있다”며 “최고위도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위를 향한 당 내부의 불편한 기류는 이 대표의 구속 여부를 가를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지도체제 개편 요구로 분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내년 공천을 앞두고 현 지도체제가 유지되기를 원하는 친명계와 쇄신을 바라는 비명계 간의 내분이 걷잡을 수 없이 확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이날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리고 원내대표 선출 작업에 착수했다. 선관위원인 한준호 의원은 오는 26일이 새 원내대표 선거일로 정해졌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의 구속심사 당일이다.


배민영·최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