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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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잡겠다” 대표 싹 바꾼 신세계·쇄신 나선 롯데…‘이마롯쿠’ 경쟁 가열

입력 : 2023-09-22 23:02:26
수정 : 2023-09-22 23: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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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3사, 시장점유율 두자릿수 경쟁 본격 돌입
쿠팡 제공

 

600조원대 유통시장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목표로 경쟁 중인 유통3사 이마롯쿠(이마트-신세계·롯데·쿠팡) 대결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수백만개 상품의 로켓배송과 무료 반품, 최저가 등을 앞세운 쿠팡이 매분기 고속 성장하며 유료 고객 1100만명을 돌파하며 소비자 경험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떠오르자 실적 하락세로 위기감이 고조된 신세계그룹·롯데도 소비자 체험 중심 유통 개편· 리더십 조기 교체 카드로 충성고객을 끌어들여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나섰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계열사 대표 40%를 교체하는 등 쇄신을 단행했다. 신세계는 통상 매년 10월 인사를 내다 올해 처음으로 9월 인사를 단행하며 계열사 9곳의 수장을 바꿨다. 이번 인사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등 오너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진의 남자’로 불린 외부 컨설턴트 출신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임기 2년 반을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 자리에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가 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를 통합해 이끌게 됐다. 신세계 대표에는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임명됐다.

 

신세계의 파격 인사에 롯데도 매년 12월 해오던 정기인사를 앞당겨 큰 폭의 쇄신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주형 신세계 신임 대표이사(왼쪽), 한채양 이마트 신임 대표이사. 신세계그룹 제공

 

신세계 인사에 앞서 롯데도 2026년 매출 17조원과 영업이익 1조원 달성 목표를 제시했다. 롯데가 제시한 목표치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2.5배 수준을 4년 만에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핵심 전략은 ‘소비자 경험’을 개선하는 체험형 점포 확대다. 소공동·잠실점·수원점 등 8개 점포를 ‘체험형 점포’로 리뉴얼하고, 온라인 사업에선 뷰티·럭셔리·패션 카테고리 전문몰을 강화하며 지난해 체결한 영국 리테일테크기업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2030년까지 매출 5조원 목표로 스마트 물류 자동화 센터를 만들겠다고 했다.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김상현 부회장은 “고객이 오프라인이든 온라이든 최고의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며, 몰입하고 체험하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IR행사에서 직접 브리핑에 나섰다.

 

업계에선 신세계와 롯데의 경영 전략이 ‘소비자 경험 혁신’으로 압축되자, “쿠팡식의 성공 DNA인 ‘소비자 우선’ 전략 중심으로 유통 전략을 재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쿠팡은 지난 2014년 로켓배송을 론칭한 뒤 전국 30개 지역에 100개 물류망을 건립했고, 새벽·익일배송 범위를 확대한 끝에 전통 마트 등을 찾던 소비자들은 발걸음을 온라인으로 돌렸다. 그 결과 쿠팡의 유료 멤버십 충성 고객과 활성고객(분기에 제품을 한번이라도 산 고객)은 각각 1100만명, 1971만명으로 수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 OTT서비스 ‘쿠팡플레이’로 소비자 경험을 확장한 멤버십 혜택도 한몫했다.

롯데그룹 제공

 

신세계그룹은 지난 2분기 ‘신세계 유니버스’ 멤버십을 론칭했지만 아직 회원 수는 약 400만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개별 계열사 단위 멤버십은 존재하지만 쿠팡이나 신세계같은 서비스 통합 멤버십을 론칭하지 못했다. 소비자 경험을 크게 확대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이마트 매출은 올 상반기 전년 동기와 비교해 1.8% 늘어난 14조405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39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롯데쇼핑의 올 영업이익은 1640억원으로 14.6% 늘었지만 매출(7조1838억원)은 6.3% 줄었다. 반면 쿠팡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21% 늘어난 15조739억원, 영업이익은 3302억원으로 전년 영업손실(3325억원)에서 흑자기조로 돌아섰다. 로켓배송 출범 후 9년간 6조원 이상 투자하며 적자 경영을 이어오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영업이익 흑자를 내고 있다.

 

유통3사의 두자릿수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경쟁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유통 사업에서만 국내 1위인 매출 30조원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시장점유율 5%에 머무른 상황에서 쿠팡에 대한 위기감에 조기 인사 등을 단행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실제 지난해 국내 602조 유통시장(외식·여행 포함)에서 신세계·이마트(5.1%), 쿠팡(4.4%), 롯데쇼핑(2.5%)의 유통 사업 부문은 모두 5%를 넘긴 기업이 없고 3사를 합쳐도 10% 남짓이다. 유통3사가 쇼핑 고객 10명 중 1명만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시장에서 10% 시장점유율을 달성하려면 연 매출 50~60조원 시대를 여는 유통기업이 나와야 한다”며 “소비자 경험 강화로 충성 고객을 크게 늘린 기업만이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