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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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도 반바지·후드티 입을까" 질문에 백악관 "…"

미국 상원의 복장 규정 완화 결정 '논란'
입장 묻는 질문에 백악관 "우리와 무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바지나 후드티 차림으로 공식 회의에 참석할까요?”

 

2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던진 질문이 눈길을 끈다. 얼핏 현재 80세로 고령 논란에 시달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젊은이처럼 옷을 입으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으로 들린다. 실은 최근 미국 상원의 복장 규정(드레스 코드) 완화에 대한 백악관의 입장을 물은 것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총기 규제 강화 필요성에 관해 연설하는 동안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손뼉을 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직, 해리스 부통령은 현직 상원의장이다. AP연합뉴스

백악관에 따르면 이날 기자의 질문에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은 다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의원들이 반바지나 후드티 차림으로 회의에 참석해도 된다는 결정은 상원이 내린 것으로 백악관과는 직접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질문의 정확한 의도가 무엇이냐”는 장피에르 대변인의 물음에 기자는 바이든 대통령과 상원의 오랜 인연을 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72년 29세의 젊은 나이로 델라웨어주(州)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돼 2008년까지 36년간 상원에 몸담은 6선 의원 출신이다.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 되며 의사당을 떠났지만 상원과의 인연은 계속됐다.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겸임하도록 한 미국 헌법 때문이다. 그래서 바이든 부통령은 2009년부터 2017년까지 8년간 상원의장을 지냈다. 상원의원과 상원의장으로 일한 기간을 더하면 무려 44년에 달한다.

 

현재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겸하고 있는 만큼 이번 상원의 복장 규정 완화가 백악관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바로 이 점에 착안한 기자는 상원의 복장 규정 완화에 대한 백악관의 견해가 무엇인지 듣고 싶었던 것이다.

 

질문의 취지를 이해한 장피에르 대변인은 “과거 상원의원과 부통령 시절부터 취재진 여러분이 보셨다시피 대통령께선 옷을 잘 입으신다”며 “여기 백악관 브리핑룸 안에 있는 그 누구보다 옷 입는 게 더 낫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에 일부 기자는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상원은 스스로 알아서 운영하고 있다”며 “상원이 내린 결정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백악관이 입장을 밝힐 일은 아니란 얘기다.

 

반바지와 후드티 차림으로 미국 의회 의사당에 등원한 존 페터먼 상원의원(민주당)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그는 우울증에 걸려 치료를 받고 상원에 복귀한 뒤 간소한 복장으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상원의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의원들이 상원 회의장에서 어떤 복장을 입든 상관없다’는 내용의 새 복장 규정을 하달했다. 그동안 남성 의원은 넥타이 정장, 여성 의원은 치마 정장이 비공식 관행이었으나 앞으로는 반바지나 후드티 차림으로 등원해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이다.

 

현재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인 만큼 슈머 원내대표의 결정은 상원 전체에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보수 성향이 짙은 공화당 내부에선 반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상원이 역사적으로 누려 온 존중이 쇠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은 “복장 규정은 의회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세우는 사회 기준 중 하나”라고 반박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