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망상에 빠져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를 찾아가 교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2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그는 망상에 따른 복수심에 범행 전 피해자를 고소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최석진)는 지난 21일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A(27)씨에 대한 공판 준비 기일과 1차 공판을 함께 진행했다. 검찰은 A씨가 정신질환에 따른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이상 동기에 의한 계획범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A씨는 우울장애를 앓아 통원 치료를 받던 중 고등학교 재학 시절 교사들이 뺨을 때리거나 발목을 잡아끌고 단체로 집을 찾아와 자신의 누나를 성추행하는 등 피해망상 증세를 보여 조현병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권유받았지만 이를 거절했다”며 “이후 주동자로 여긴 피해자 B(49)씨를 지난해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21년부터 이 같은 망상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으나 “복수하지 않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해 치료를 중단하고 B씨가 법적 처벌을 받길 원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이 증거 부족으로 고소장을 반려하자 복수 방법을 바꾸기로 결심, 교육청 스승찾기 등을 통해 B씨 소재를 파악한 뒤 범행을 계획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과거 자신이 다녔던 고등학교와 동급생들에게 자신의 망상이 사실인지를 묻고 “그런 일이 없었다”는 답을 듣기도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A씨는 흉기를 준비해 지난 7월14일 B씨를 찾아가 범행을 저지르려 했으나 만나지 못했고 지난달 4일 다시 찾아가 피해자를 발견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행 동기와 수법, 내용, 성향, 자기 통제 능력과 정신과 치료 경위 등을 보면 재범을 저지를 위험이 있어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함께 청구했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이날 A씨 측은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심신미약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제출한 반성문에 치료감호를 받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있어 다음 재판 전까지 양형조사 및 치료 감호 필요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A씨는 지난달 4일 오전 10시쯤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 교무실에 침입해 B씨를 흉기로 10차례 찌른 뒤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전치 8주의 상해를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현재까지 말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