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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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두 개 만원…"작년 추석보다 두배는 오른 것 같아"

전통시장·대형마트 찾은 시민들, 물가 부담에 추석 차례상도 간단히
황금연휴에 명절음식 준비시간 줄이고 외식·밀키트 활용하는 이들도

"차례상에 올리고 싶어도 뭘 살 수가 있어야죠. 고기나 채소나 지난해 추석보다 두 배는 오른 것 같아요."

추석을 엿새 앞둔 23일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을 찾은 김모(58)씨는 명절 준비를 위해 구매한 식재료 영수증을 보여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가격에 너무 비싸서 난감하다. 차례상을 어떻게 차려야 될지 감도 안 온다"며 "과일이든 전이든 양을 다 줄여서 차례상에 올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추석을 엿새 앞둔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제수용 과일 코너를 보고 있다.

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서모(58)씨는 "언론보도에 나오는 것보다 물가 상승을 더 크게 체감한다. 사과가 특히 많이 올라서 두 개에 1만원꼴"이라며 "아무래도 집중호우 등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차례상에 원래 과일 5개 올리던 사람들이 3개만 사서 올리고 3개 사던 사람은 1개만 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식재료 가격 부담으로 올해 추석에는 차례상을 간소화하거나 차리지 않겠다는 이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같은 날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오모(57)씨는 "지난해 추석에 비해 60∼70%는 물가가 더 오른 것 같다"며 "식재료를 더 많이 사야 하는데 양을 줄여서 사고 있다. 차례를 지내는 가족이 10여명은 되니 부담이 된다"고 털어놨다.

매년 차례상을 차려왔다는 정모(56)씨는 "물가가 너무 비싸서 가족들과 얘기를 한 끝에 올해는 차례상을 차리지 않고 외식만 하기로 했다"고 했다.

꼭 물가 때문이 아니어도 차례상과 명절 음식을 거하게 준비하지 않겠다는 이들도 있다. 음식 준비로 보내는 시간을 줄여 휴식을 취하거나 가족과 보내는 시간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아예 차례를 지내지 않거나 외식 혹은 밀키트를 활용하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경남 창원에 사는 김모(29)씨는 이번 추석 시댁 식구와 식당에서 식사하기로 했다고 했다.

김씨는 "평소에 바쁘게 일을 하다가 명절에 모이는 만큼 다들 쉬고 싶은 마음"이라며 "가족끼리 나들이하는 기분으로 밖에서 식사하고 시간을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친척 집에 가면 여자들은 주방에서 음식을 하느라 가족들이 다 함께 담소를 나누지 못할 때도 있었는데 그보다는 가족들과 둘러앉아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차례상.

4인 가족이 추석을 보내는 고모(30)씨는 밀키트로 명절 음식을 준비하기로 했다.

고씨는 "몇 년 전까지는 마늘 까기부터 시작해 다 직접 요리해 먹었지만 최근에는 밀키트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에 외출을 자제하면서 밀키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명절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만족해했다.

그는 "조리가 간단한 것도 있지만 외식보다 저렴한데다 음식을 낭비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데이터컨설팅업체 피앰아이가 최근 전국 만 20∼69세 남녀 3천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7.2%는 이전에 비해 추석 물가가 올랐다고 답했다. 특히 50대의 95.1%, 60대의 91.9%가 물가 상승을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41.2%는 명절 음식을 직접 만들겠다고 답했으나 19.3%는 밀키트를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대는 4명 중 1명꼴(26.5%)로 밀키트를 사용해 추석 음식을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명절에 상황에 따라 음식을 배달시켜 먹겠다는 답도 응답자의 15.5%에 달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