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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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 사퇴’ 비명 송갑석 “자기증명 거부”…가결표 색출 비판

“제 정치생명 스스로 끊는 행위
국민·당원에 부끄럽지 않은 선택해”
李 체포안 가결 사태는 “지도부·의원 모두의 실패”

정청래 “모두가 잘못했다는 건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단 말과 같아”

비명(비이재명)계 송갑석 최고위원은 25일 당내 가결표 색출 행태를 겨냥해 “자기증명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송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 국회의원들은 가결이냐, 부결이냐를 고백함으로써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이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그는 “비루하고 야만적인 고백과 심판은 그나마 국민들에게 한 줌의 씨, 종자처럼 남아 있는 우리 당에 대한 기대와 믿음마저 날려버릴 것”이라며 “자기증명을 거부한다. 그것이야말로 제 정치생명을 스스로 끊는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민주당의 심장 호남의 국회의원으로서 국민과 당원,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송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사의를 표명했고 이 대표는 23일 수용했다. 이날 회의는 송 최고위원이 마지막으로 참석하는 자리였다.

 

송 최고위원은 26일 이 대표 영장실질심사와 관련해 “이 대표에게도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향후 재판 결과가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서도, 그리고 형사법의 기본 룰인 불구속수사 원칙, 무기대등의 원칙 준수라는 관점에서도 이 대표에게 불구속으로 재판받을 기회가 받드시 보장되길 호소한다”고 했다.

 

송 최고위원은 이 자리서 사실상 당 지도부를 겨냥한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책임은 의심의 여지 없이 분명하고 무겁기에, 사퇴는 제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고 했다. 

 

또 그는 현 당내 상황에 대해 “메말라버린 신뢰, 실종된 리더십, 빈약한 정치적 상상력 등 우리 당의 현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걸림돌로 작용했다”며 “저의 실패였고 지도부의 실패였으며 168명 민주당 국회의원 모두의 실패였다”고 말했다. 송 최고위원은 “모두가 실패한 자리에 성찰과 책임을 통한 수습과 모색은 처음부터 없었고 분노와 증오의 거친 말들만 난무하고 있다”고도 했다.

 

송 최고위원은 “저는 다시 민심의 바다에서, 극단의 정치로부터 소외된 국민의 고단함과 불신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민주당을 다시 세우는 길에 당원 동지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이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 직무대행 중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송 최고위원 발언이 끝난 뒤 마무리 발언을 하면서 “모두가 잘못했다는 말은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고 했다. 사실상 “지도부의 실패”, “168명 민주당 국회의원 모두의 실패”라고 한 송 최고위원의 발언을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송 최고위원의 “민심의 바다” 언급을 겨냥한 듯 “바다는 낮고 넓고 깊기 때문에 모든 강물을 받아 안는다”며 “어디에 있든 따로 또 같이 강물을 이뤄 바다에서 만나길 바란다”고 했다.


김승환·최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