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한반도 정세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과거 남북 단일팀 멤버로 한국 선수들과 함께 뛰었던 북한 유도 대표팀 김철광(27)은 25일 한국 선수와 경기에서 승리한 뒤 악수를 거부하고 돌아섰다.
김철광은 이날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유도 남자 73㎏급 16강에서 한국 대표팀 강헌철(용인시청)과 '남북 대결'을 펼쳤다.
두 선수는 치열한 경기를 펼쳤다. 강헌철은 3분 26초에 지도(반칙) 1개를 뺏으며 유리한 고지를 먼저 밟았다.
그러나 강헌철은 정규시간 종료 직전 김철광에게 빗당겨치기 한판을 내줘 패했다.
탈락한 강헌철은 주심의 승패 선언 직후 김철광에게 손을 내밀며 다가갔다.
그러나 김철광은 뒤를 돌아 그대로 코트 밖으로 나갔다.
머쓱해진 강헌철은 김철광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코트 밖으로 돌아섰다.
유도에선 경기를 치른 두 선수가 악수한 뒤 서로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퇴장한다.
예의와 규범을 중시하는 유도 종목의 특징이다.
보통 패자보다는 승자가 먼저 상대 선수에게 다가가 격려한다.
그러나 승자인 김철광은 강헌철의 인사를 매몰차게 거부했다.
악수를 거부한 선수가 한국 선수들과 친분을 보였던 김철광이라서 더 안타깝다.
김철광은 2018년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들과 단일팀으로 혼성 단체전에 출전했던 선수다.
대한유도회 홈페이지엔 김철광이 한반도기를 달고 한국 선수들과 환하게 웃으며 찍은 단체 사진이 메인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대표팀 관계자는 "김철광은 국제대회마다 국내 선수들과 잘 지냈다"라며 "아무래도 최근 남북 정세 때문에 이 같은 행동을 취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철광의 악수 거부는 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에 열린 여자 70㎏급 16강에선 한희주(KH필룩스)를 꺾은 북한 문성희가 먼저 손을 내밀고 악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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