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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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살인’ 최윤종 “기절만 시키려 했다” 살인 고의성 부인

서울 관악구 ‘등산로 살인’ 사건의 주범 최윤종(30)이 법정에서 “피해자가 저항해 기절만 시키려 했다”며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그가 피해자에게 “왜 안 쓰러져”라며 모욕적 언사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최윤종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정진아)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피해자를) 살해할 생각은 없었다”면서 “저항을 심하게 해 기절만 시키려고 했는데 피해가 커졌다”고 답했다. 범행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양형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피의자 최윤종이 지난 8월 25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윤종은 재판 내내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수갑을 차고 재판을 진행해도 되겠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없으면 좋을 것 같네요”라고 당당하게 말하기도 했다.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물어보는 질문엔 “그냥 안 할게요”라고 했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밝히면서 최윤종이 범행 당시 피해자 A씨에게 했던 말을 공개했다. 최윤종은 철제 너클로 몇 차례 폭행한 뒤에도 A씨가 의식을 잃지 않고 저항하자 “너 돌머리다”, “왜 안 쓰러져?”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윤종은 지난달 17일 대낮에 관악구의 한 등산로에서 A씨를 성폭행하기 위해 너클을 낀 주먹으로 뒤통수 등을 수차례 때리고 A씨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로 구속기소됐다. A씨는 현장에서 약 20분간 방치됐다가 경찰에 발견돼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뒤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무직으로 게임 커뮤니티에 짧은 글을 쓰는 것 말고는 사회와 단절된 ‘은둔형 외톨이’인 최윤종이 성폭행 관련 기사들을 보고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해 실행한 계획범죄로 결론 내렸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