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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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 사회성 저하 원인은 ‘보상회로 손상’ 때문

뇌 전전두엽 신경세포 과도한 활성화
사회성 강화하는 ‘보상회로’ 손상 야기
“자폐 발병 원인과 이해 치료에 활용”

매년 빠르게 유병률이 증가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자폐증)의 가장 큰 특성 중 하나는 사회성 저하다. 이 사회성 저하를 일으키는 것이 ‘뇌 신경회로’ 문제였음을 국내 연구진이 규명했다.

 

26일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IBS 소속 김은준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KAIST 생명과학과 석좌교수) 연구팀은 자폐증의 주요 증상인 사회성 저하의 원인으로 ‘뇌 신경회로’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사진=gettyimagesbank 제공

세계 인구의 2.8%가 겪는 대표적인 뇌 발달 장애인 자폐증은 사회성 저하와 반복 행동을 일으킨다. 유병률이 매년 빠르게 증가하지만, 정확한 발병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아 승인된 치료제가 아직 없는 상황이다.

 

뇌 여러 영역에 있는 신경세포들이 서로 복잡하게 연결돼 뇌 기능을 조절하는 것을 ‘뇌 신경회로’라고 하는데, 자폐증과 뇌 신경회로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게 없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대뇌 전전두엽의 ‘시냅스 단백질 IRSp53’이 결손난 자폐 생쥐 모델에서 대뇌 전전두엽 신경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있고, 이는 자폐 환자의 사회성 감소로 이어짐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에서는 과활성화된 대뇌 전전두엽 신경세포가 시상하부와 중뇌의 보상회로를 손상하기 때문에 자폐 환자의 사회성 감소 증상이 유발되는 것을 확인했다.

 

뇌 신경회로 가운데 하나인 보상회로는 생존에 필수적인 행동을 반복하게 만드는데, 보상회로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함으로써 사회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보상회로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면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자폐 생쥐 모델에서 대뇌 전전두엽 신경세포가 과활성화되니 이와 연결된 시상하부와 중뇌 보상회로가 비정상적으로 억제됐다. 사회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던 보상회로가 억제되다 보니 사회성 부족이 유도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시상하부 신경세포에 빛 자극을 줘 보상회로를 정상화했고,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정상화됐다. 이를 통해 자폐 생쥐 모델의 사회성 역시 회복됐는데, 이는 자폐 생쥐 모델에서 대뇌 전전두엽 과활성화가 보상회로를 억제해서 사회성이 저하됨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은준 단장은 “후속 연구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연관 가능성이 있는 뇌의 영역과 신경회로를 추가로 밝혀내겠다”며 “자폐 발병 원인의 이해,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20일 국제 학술지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온라인 게재됐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