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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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많은 실망과 걱정 끼쳐드렸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모든 게 제 불찰”
“정치적 ‘친박’ 없다. 출마는 나와 무관”
“안보에 필요한 사드 다 하고 감옥 가 다행”
“개인적 실패지만, 정책적으로 잘 못 없어”
“나라에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일 할 것”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21년 12월31일 특별사면 후 첫 공식 인터뷰에서 탄핵 사태에 대해 “제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해 맡겨 주신 직분을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많은 실망과 걱정을 드렸던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 나누고 있다. 뉴스1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탄핵 사태와 재임시 공과, 비선실세로 불린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 등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인터뷰는 지난 11일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검찰조사에서 듣고 너무 놀랐다”면서 “최씨가 청와대에 드나들면서 심부름을 하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검증을 거쳤고, 그 분야에서 전문성이 탁월한 분들이라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최씨가 재단을 통해 사적 이익을 챙기려고 했었다면 그것을 알지 못한 제 책임이고, 사람을 잘못 본 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임기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한다면 받아들인다”면서도 “‘정책적으로 실패한 정부’라고 한다면 도대체 어떤 정책이 잘못됐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통진당 해산, 공무원 연금개혁,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창조경제 혁신센터 등은 “국운이 달린 문제라 어떤 것을 무릅쓰고라도 꼭 해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건 특검의 팀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에 대해선 “좌파 정권이 연장되지 않고 보수 정권으로 교체됐다는 데 안도했다”며 “당시 수사팀에 참여했던 검사 중에 윤석열정부에서 장관이라든가 요직에 여러 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인사권자가 선택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했다.

 

전직 국가정보원장들이 줄줄이 구속된 된 특활비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청와대 운영과 관련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돈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고, 또 ‘역대 정부에서도 (국정원이) 그런 지원을 해왔다’길래 그러면 ‘지원받아서 일하는 데 쓰라’고 했다”면서 “다만 어디에 썼는지 보고 받은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해명했다. 이 가운데 2016년 9월 이병호 당시 국정원장에게 받은 2억원은 청와대 직원들 추석 격려금으로 사용한 것은 맞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석을 앞둔 지난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찾아 먹거리를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불법 개입 혐의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총선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면 정말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당에 전달하면서 ‘이 사람들은 꼭 공천하라’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인터뷰 도중 “소위 ‘친박’이라는 의원 중에 탄핵에 찬성한 의원도 있었고, 저의 오랜 수감기간 동안 한 번도 안부를 물은 적이 없는 의원이 대부분이다. 동생(박지만 EG회장)의 친구인 의원도, 원내대표였던 의원도 탄핵에 찬성했다는 얘기를 듣고서 사람의 신뢰와 인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친박계 의원들의 출마와 관련해선 “개인적으로 내년 총선에 별 계획이 없다. ‘정치적으로 친박은 없다’고 여러차례 얘기했다”며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제가 언급할 일이 못 된다. 다만 정치를 다시 시작하면서 이것이 저의 명예 회복을 위한 것이고, 저와 연관된 것이란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 인연은 과거 인연으로 지나갔으면 좋겠다”며 사실상 친박과의 선을 그었다.


박 전 대통령은 1737일간의 옥중 생활에 대해 “나 자신에게 떳떳했기 때문에 어려운 수감 생활을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밤이 오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온몸에 통증이 있었다”며 “칼로 베는 것 같은, 불로 지지는 것 같은 통증 때문에 한 시간도 제대로 못 잘 때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박 전 대통령은 “정치 일선은 떠났지만 나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고 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려고 한다”면서 “그것이 국민들이 보내주신 사랑을 조금이라도 갚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