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9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한 시간 앞두고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은 전운이 감돌았다. 서울 지하철 3호선 교대역부터 법원 앞까지 이어지는 왕복 6차선 법원로 양쪽으로 이 대표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모여 이른 오전부터 격렬한 집회를 벌였다.
법원로 남쪽에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와 촛불연대 등 250여명의 이 대표 지지 행렬이 늘어서 “우리가 이재명이다”, “구속영장 기각하라”, “정적제거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파란색 우비를 입고 따듯한 차를 나눠마시며 도로 쪽 펜스에 바짝 붙어 이 대표 차량을 기다렸다.
이 대표 영장심사 시각이 다가오자 집회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지지단체 측은 이 대표의 차량번호를 공유하며 열띤 응원을 당부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격앙된 감정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 녹색병원부터 이 대표 동선에 함께 한 기승희(35)씨는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새벽부터 나왔다”며 “구속 심사가 부당하게 느껴져 어제 한숨도 못 잤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날 이 대표의 차량은 집회가 열리는 법원로 아닌 다른 길로 우회해 법원으로 들어갔다. 오전 10시8분쯤 이 대표가 법원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지지자들은 연신 이 대표의 이름을 복창하며 ‘영장 기각’을 촉구했다. 법원 방향으로 눈을 떼지 못하던 김모(68)씨는 “대선 때까지는 이재명 대표를 반신반의했지만, 검찰이 1년반을 수사했지만 명백한 증거가 없었다. 이 대표의 억울함에 동감해서 여기 나왔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적을 제거하려는 목적의 조작 수사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 쪽 방향으로 북쪽에는 신자유연대와 애국순찰팀 등 반대단체 회원 50여명이 붉은색 천막 아래 모여 “사법방해 이재명 구속”, “도주 우려, 증거인멸” 등의 구호를 연발하며 지지단체에 맞불 함성을 외쳤다. 반대 집회에 참여한 김지숙(65)씨는 “이재명 대표가 대한민국을 반쪽으로 나누고 있다”며 “제1야당 대표로서 죄가 너무 많아서 오늘 꼭 구속됐으면 좋겠다”고 소리쳤다. 유튜브를 통해 집회 내용을 듣고 나왔다는 김우전(83)씨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집회 이후 처음 나왔다”며 “오늘 개딸들이 모인다고 해서 우파 힘 실어주려고 수원서부터 왔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표 지지단체와 반대단체 사이에서는 서로 간 욕설이 오가며 갈등이 이어졌다. 반대단체 측에서 “개딸을 때려잡자”, “빨갱이xx” 등 지지단체를 비방하며 이 대표 지지자들이 몸싸움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경찰이 막아서며 큰 충돌로 번지진 않았다. 경찰은 양측 사이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곳곳에 경력을 배치해 돌발사태를 대비했다. 이 대표는 오전 10시15분부터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영장심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