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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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엄마 번호 맞는데…" 중계기 이용 보이스피싱 주의보

2023년 들어 8월까지 약 1만4000대 적발
검거인원 2021년 173명→2022년 371명
최근 6년간 피싱 피해액 3조3000억 넘어
조은희 "수법 갈수록 교묘해져… 근절해야"

인터넷 전화 발신번호 시작 부분을 ‘010’으로 바꿔주는 중계기를 이용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적발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통상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 전화번호는 스팸전화로 의심해 잘 받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수법이다. 매년 보이스피싱 범죄가 수만건씩 발생하고 피해액도 수천억원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한 범죄 수익은 그에 한창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달리는 차량 안에서 적발한 번호변작 중계기. 경찰청 제공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번호변작 중계기’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적발 건수는 318건으로, 2021년(117건) 대비 약 2.7배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8월까지 300건이 적발돼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중계기 이용 보이스피싱으로 검거된 인원은 2021년 173명, 지난해 371명, 올해 8월까지 319명이다. 올해 검거된 인원 중 182명은 구속됐다.

 

경찰이 적발한 중계기는 2021년 504대에서 지난해 1만4910대, 올해 8월까지 1만3853대로 집계됐다. 이는 경찰이 2021∼2022년 한시적 특별단속을 올해부터 상시 단속으로 전환한 결과다. 중계기 은닉 장소는 오피스텔이나 원룸·모텔·고시원 등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들어 도로 외곽이나 폐건물·공사 현장, 섬 등 야외 공간도 활용되고 있다. 차량이나 개집, 소화전 같이 찾기 어려운 장소에 숨기는 경우도 적잖다고 한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휴대전화 화면에 실제 가족의 전화번호가 뜨게 하는 수법 등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신종 보이스피싱 사례가 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피해자가 전화를 받을 때 엄마나 딸 등의 휴대전화 번호가 뜨도록 조작한 뒤 “납치했으니 송금하라”고 협박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에 정부와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지난 7월부터 국제전화의 경우 단말기 화면 안내뿐만 아니라 통화 연결 시 수신자에게 “국제전화입니다” 또는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입니다”라는 음성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총 16만8753건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피해액은 3조3379억원에 달했다. 기소 전에 몰수·추징 보전한 범죄 수익은 92억4000만원에 불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은 돈의 몰수·추징 보전이 원활하지 않은 건 검거 인원 대다수가 현금인출책 등 하부조직원이기 때문”이라며 “조직의 상선을 검거해도 은닉 자금 추적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실제 경찰이 이 기간 검거한 보이스피싱 피의자 19만명 가운데 총책·관리책·콜센터 등 조직의 ‘몸통’ 격인 상선은 2.2%인 4000여명에 그쳤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 

나머지는 대면 편취책과 송금·인출책 등 하부조직원이나 통신업자, 대포통장 명의자 등이다. ‘꼬리’ 격인 하부조직원 검거 비중이 높은 만큼 피의자 대다수는 청년층이었다. 2021년 4월 이후 검거된 피의자(6만169명) 중 20대 이하가 2만6411명(43.9%)으로 가장 많았다. 30대도 1만3395명(22.3%)으로 적잖았다.

 

조은희 의원은 “가족 연락처 등으로 조작한 전화번호나 자녀 음성을 복제한 가짜 목소리 등 갈수록 교묘해지는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국민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며 “진화하는 범죄 수법에 기민하게 대응해 어렵게 모아온 자산, 나아가 희망을 강탈하는 악질 민생사기를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규희·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