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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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유영철 서울구치소로 이감 왜?

가장 오래된 성문법인 함무라비 법전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보복(同害報復) 원칙에 입각한 형벌을 채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조선의 팔조금법(八條禁法)에 ‘사람을 죽인 자는 역시 죽음으로 다스린다’고 돼 있다. 우리나라는 사형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장기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김영삼정부 때인 1997년 12월30일 사형수 23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한 것이 마지막이다. 2007년 ‘연쇄 살인범’ 유영철이 구치소에서 “왜 나를 사형시키지 않느냐”며 행패를 부리자 법무부가 집행을 추진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반대했다고 한다.

현재 사형이 확정됐지만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수감자는 모두 59명이다. 유영철, 강호순, 정두영 같은 연쇄 살인범도 포함돼 있다. 사형제에 대한 국내 여론은 ‘존치해야 한다’는 쪽이 우세하다. 2021년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1007명 중 779명(77.3%)이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사형 유지 의견(779명) 중 95.5%는 흉악범에게는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과 2010년 사형제에 대해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사형제 폐지에 대한 세 번째 헌법소원 사건이 접수돼 헌재가 심리 중이다.

지난달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신림동 공원 성폭행 사망 사건 등 흉악범죄가 잇따라 터지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서울·부산구치소, 대구·대전교도소 등 사형 집행 시설을 보유한 4개 교정 기관에 시설 점검을 지시해 화제가 됐다. 점검 결과 집행이 가능한 시설을 갖춘 곳은 서울구치소가 유일하다고 한다. 이곳에는 현재 강호순, 정두영 등 사형수들이 수용돼 있다. 한 장관 지시에 흉악범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노인과 부녀자 등 21명을 연쇄 살인해 사형을 선고받고 대구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유영철도 최근 서울구치소로 이감됐다. 이감 조치의 배경을 놓고 사형 집행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유영철과 강호순 등의 피해자 유족이 가해자 측으로부터 제대로 보상받았는지도 조사했다고 한다. 윤석열정부가 어떤 결정을 할지 궁금하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