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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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재 “대북전단 금지 위헌”, 北 주민 참혹한 인권 개선 계기로

헌재, 오늘 '국가보안법 7조' 헌법소원 선고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오후 헌법소원 사건 선고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재판관석에 앉아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2조·7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과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헌법소원 심판 등의 선고를 내린다. 2023.9.26 ksm7976@yna.co.kr/2023-09-26 14:58:08/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헌법재판소가 어제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한 남북관계발전법에 대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했다. 이 법은 대북 전단 살포를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대북 전단 살포 금지로 평화통일 분위기가 조성될지 단언하기 어려운 반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너무나도 상식적인 이번 판단이 나오기까지 무려 2년9개월이나 걸렸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문재인정부 시절 입법 자체가 졸속이었으니 이번 결과는 누구라도 예상할 만했다. 2020년 6월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를 내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연합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고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요구했다. 그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와 개성공단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들먹였다. 그러자 통일부는 4시간30분 만에 브리핑을 통해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단 살포뿐만 아니라 확성기 방송과 전광판 설치까지 금지하는 법안을 밀어붙여 6개월 만에 국회에서 단독처리했으니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불린 것도 무리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을 나 몰라라 하면서 북측 목소리에만 귀 기울인 문재인정부 책임이 크다. 미국 국무부의 인권보고서에 언급되고 미 하원 인권위원회에서 청문회를 열 정도로 국제사회에서도 비판이 거셌다. 굴종적인 대북 자세로 우리가 얻은 게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문재인정부는 자유북한연합 설립까지 취소하는 성의를 보였으나 북측은 우리 국민 세금 340억원으로 지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버렸다. 탄도미사일 발사 등 잇단 도발 강행으로 9·19 남북군사합의는 휴지 조각이 된 지 오래다.

북한 주민은 세계 어느 독재 국가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참혹한 인권 유린을 겪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달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안보적 측면에서 논의하기도 했다. 대북 전단은 대법원이 지난 4월 자유북한연합 설립허가 취소가 부당하다고 판결하면서 밝힌 것처럼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내외 관심을 환기하고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이번 판결이 북한 주민 인권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고 국제사회와 연대해 개선 노력에 나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