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한국에 전투병력을 보낸 16개국과 별개로 6개국이 의료지원을 제공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모든 유엔 회원국 중에서 가장 먼저 의료지원 의사를 밝힌 나라가 어디인지는 모르는 이가 많다. 바로 덴마크다. 전쟁 기간 3년 가까이 한국에 머물며 부상한 유엔군 장병 그리고 몸이 아픈 한국 민간인들을 치료한 병원선 유틀란디아(Jutlandia)호는 오늘날 덴마크와 한국 간 우정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26일 전쟁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백승주 회장이 지난 21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유틀란디아호 6·25전쟁 참전 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김형길 주(駐)덴마크 한국대사, 헨릭 야그드 유틀란디아 참전용사회 회장 대행 등이 백 회장과 동행했다. 참전비 헌화 후 백 회장은 덴마크 참전용사협회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6·25전쟁 당시 덴마크의 의료지원에 깊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유틀란디아는 전쟁 발발 이듬해인 1951년 3월 부산에 도착했으며 미 육군 제8군에 배속됐다. 배에 탄 의료진 100명 가운데 25%가 여성이었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인 1953년 10월 16일 덴마크로 귀환할 때까지 한국에 머문 999일 동안 유엔군 부상병 약 5000명과 한국 민간인 약 6000명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덴마크는 또 노르웨이, 스웨덴과 협력해 서울 중구에 위치한 국립중앙의료원의 전신인 국립의료원 설립에 깊이 관여함으로써 우리나라 보건의료 발전에 큰 도움을 줬다.
6·25전쟁 기간 유틀란디아를 통해 참전한 덴마크 의료진은 연인원 630명에 달한다. 현재 생존자는 10명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유틀란디아는 1965년 해체 작업을 거쳐 사라진 상태다.
2016년 주덴마크 한국대사관은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인류애를 기리기 위해 대사관 내에 ‘유틀란디아홀’을 개설했다. 이곳에는 덴마크 적십자사가 보관해 온 유틀란디아 관련 물품, 덴마크 공과대학이 3차원(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유틀란디아 모형, 덴마크 해양박물관이 장기 대여해준 유틀란디아의 종(鍾) 등이 전시돼 있다.
백 회장은 같은 날 유틀란디아홀도 찾아 유틀란디아에 관한 각종 자료를 확인했다고 전쟁기념사업회는 전했다. 현재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6·25전쟁아카이브센터가 설치돼 있는데, 백 회장은 “6·25전쟁아카이브센터 사업과 연계해 유틀란디아호를 포함한 덴마크의 의료지원 관련 자료들을 발굴하고 수집하여 공개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