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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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웃 찾아라”... 착한 파파라치가 뜬다

울산 중구 우정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 사는 A(53)씨는 최근 행정복지센터에서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신용불량자였던 그는 3년 전부터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일을 하지 못했고, 집안에서만 생활을 했다. 월세도 오랫동안 내지 못했다. 그는 기초수급 제도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 굶는 일이 허다해 영양실조 상태였다. 

 

A씨는 이제 생계, 의료, 주거 급여를 받게 된다. 다시 일할 수 있다는 희망까지 생겼다. 치료가 끝나면 일자리 교육을 받고, 일자리 연계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A씨에게 이런 희망이 생긴 건 ‘착한 파파라치’ B(66)씨 덕분이다. B씨는 A씨가 세들어 살고 있는 다세대주택 주인이다. B씨는 올해 3월 우정동행정복지센터에 ‘위기가구가 있다’고 신고했다. 월세가 장기체납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오히려 “세입자 중에 어려운 사람이 있다. 식사를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으니 살펴봐달라”고 말했다. 중구는 B씨에게 신고 포상금 5만원을 지급했다.

 

28일 울산 중구에 따르면 중구는 지난달 말 기준 ‘위기가구 신고 포상금 제도’ 시행 후 복지위기가구를 발견해 신고한 주민 8명에게 신고포상금 5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처음 포상금을 지급한 건 올 1월이다. 동네 이웃과 직장동료의 어려움을 행정복지센터에 알린 70대와 50대가 각각 5만원씩의 신고포상금을 받았다.

 

중구의 ‘위기가구 신고 포상금 제도’는 지난해 10월 시행됐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를 발견해 신고하는 주민에게 1건당 5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울산에서는 처음 도입된 포상금제도다. 

 

신고대상은 실직·폐업 등으로 생계가 곤란한 가구, 질병·장애 등 건강 문제로 도움이 필요한 가구 등이다.

 

해당 가구가 방문 상담 등을 거쳐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면, 신고한 주민에게는 1건당 5만원, 연간 최대 15만원을 지급한다. 올 1월 처음 포상금이 지급 

 

신고된 위기가구에는 사회보장급여와 맞춤형 복지서비스 등이 제공된다.

 

제도 시행 후 11개월동안 97명이 어려운 이웃이 있다고 신고를 했다. 포상금을 받은 8명을 제외한 89명은 신고를 해도 포상금을 받을 수 없는 공무원, 경찰, 통장, 명예사회복지공무원,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등 신고의무자였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는데는 파파라치뿐 아니라 집배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공지능(AI)까지 활용된다.

 

부산 영도구에선 ‘우체국 집배원’이 위기가구를 발굴하는 레이더 역할을 하고 있다. 영도구가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에 위기가구 100가구를 선정, 복지 우편물을 담은 등기를 보내면 집배원이 위기 징후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영도구에 알려주는 식이다. 체크리스트에는 집 주변에 악취가 나는지, 독촉장 압류 등 우편물이 많은지, 쓰레기 또는 술병이 많이 쌓여있는 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7월부터 도입된 사업이다. 이 사업으로 올해 6월까지 318개의 위기가구를 발굴해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전북 익산시는 카카오톡 신고채널 ‘익산 주민(Zoom-in) 톡’을 통해 위기가구 신고와 지원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전력공사·SK텔레콤과 협력해 AI 로봇, 전력 사용량, 통신 데이터 패턴 분석 등의 모니터링 시스템도 활용한다. 평소와 다른 패턴이 감지되면 해당 행정복지센터 복지담당자에게 알려 대응하도록 하는 것이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