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가입했다가 대한변호사협회 징계를 받은 변호사 123명이 낸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그제 징계 결정을 취소했다. 로톡의 사업 운영 방식에 다소 개선이 필요하지만 국민의 법률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이 당연한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무려 8년이나 걸렸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기득권 장벽이 얼마나 높은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돈 잘 벌고 사회적 지위까지 가진 전문직 단체들이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하는 건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다.
로톡은 의뢰인이 온라인에서 변호사를 찾아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의뢰인이나 변호사 모두 무료로 가입할 수 있지만 눈에 더 잘 띄고 싶은 변호사는 광고료를 낸다. 변협은 이를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2015년 로톡을 불법이라며 고발했지만 경찰은 ‘혐의 없음’,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자 변협은 2021년 법률 플랫폼 이용을 규제하는 내부 광고 규정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로톡 변호사들을 징계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변협 규정에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시정 명령과 과징금 10억원을 부과했다. 그럼에도 이를 무시하면서 혁신기업을 막아온 변협은 자성해야 한다.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승합 차량 호출서비스 ‘타다’는 4년 만에 무죄를 받았지만 사업을 재개할 수 없었다. 로톡도 변협과의 법률 분쟁 과정에서 경영상 큰 타격을 입었다. 4000명에 달했던 로톡 변호사는 작년 말 2000여명으로 줄었다. 올해 2월에는 희망 퇴직을 통해 직원 절반을 줄였고, 신사옥도 매물로 내놨다. 고사 직전까지 내몰렸지만 ‘제2의 타다’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건 다행이다. 로톡은 족쇄가 풀린 만큼 법률소비자들을 위해 혁신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이번 결정은 다른 전문직 분야 플랫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정부가 의료계의 눈치를 보느라 코로나19 이후의 법적 근거를 제때 만들지 않아 고사 직전에 몰리고 있다. 소득신고와 세금 환급을 돕는 플랫폼도 세무사단체가 무자격 세무대리 등 혐의로 고발해 조사받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스타트업 같은 혁신기업은 한번 타이밍을 놓치면 지속되기 힘들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미래 먹거리’인 혁신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사설] 로톡 변호사 징계 취소, 더는 혁신 산업 발목 잡지 말라
기사입력 2023-09-27 22:38:17
기사수정 2023-09-27 22:38:16
기사수정 2023-09-27 22:38:16
Copyrights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