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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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력 편향 기술 적용… 아군 뒤쫓는 적·미사일 요격 [한국의 무기 이야기]

〈32〉 공군 신무기 ② IRIS-T 미사일

기동성 뛰어난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지대공도 생산… 우크라戰서 드론 격추

1980년대 포클랜드 전쟁 등에서 활약했던 미국산 AIM-9L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은 우수한 기동성 등에 힘입어 서방 국가에서 널리 쓰였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성능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미국과 유럽에서 차세대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이 등장했다.

지난 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격납고에서 정비사들이 한국형 전투기 KF-21 시제기에 AIM-2000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독일 딜(Diehl) 디펜스가 개발해 2005년 실전 배치된 아이리스 티(IRIS-T)는 AIM-9L을 대체할 용도로 만들어진 미사일 중 하나다. 그리스,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도 개발에 참여한 IRIS-T는 공대공미사일의 핵심 요소인 사거리와 기동성 중에서 기동력에 더 초점을 맞춘 무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IRIS-T는 엔진 추력의 방향과 크기를 조절하는 추력 편향 기술을 적용했다. 이 기술이 적용된 미사일은 발사 직후 매우 작은 선회반경을 유지하며 급선회를 할 수 있다. 조종사가 헬멧에 장착된 조준장치를 함께 사용하면 위력은 한층 커진다. IRIS-T는 추력 편향 기술을 사용해 아군 전투기의 뒤쪽에 있는 적을 공격할 수 있으며, 미사일도 요격이 가능하다. 현재 타이푼, 그리펜, F-16 등의 전투기에서 사용 중이다.

IRIS-T는 공대공 이외에 지상에서 적기를 향해 쏘는 지대공미사일 버전도 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IRIS-T 지대공미사일 버전을 공급했는데, 러시아가 키이우를 겨냥해 발사한 칼리브르 순항미사일과 이란산 샤헤드 드론 등을 성공적으로 요격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실전 운용을 목격한 동유럽 국가들도 IRIS-T 지대공미사일 버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산 AIM-9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오랫동안 사용해 온 한국 공군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KF-21 전투기에 IRIS-T를 탑재한다. KF-21이 본격적으로 양산돼 일선 부대에 실전 배치되면, IRIS-T는 한국 공군의 공중전에서 AIM-9과 더불어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