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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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모면 이재명… 여야 강대강 대치 심화 [이재명 영장 기각]

법원, 영장기각 추석 민심 요동

민주 “尹 공식사과, 한동훈 파면” 촉구
국힘 “황제판결” 재판부에 비난 화살
여야 한가위 여론잡기 사활 건 총력전
전문가 “복합위기… 민생 우선” 목소리

추석 연휴 하루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올 차례상 민심이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한가위 여론’의 흐름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잡기 위해 여야는 27일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쳤다. 강대강으로 치닫는 여야의 대치 정국이 한층 더 경색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당 지도부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이날 윤석열 정권과 검찰을 향해 총공세에 나섰다. ‘야당 탄압·정적 제거’를 위한 검찰 수사가 법원 판단으로 입증됐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파면을 강하게 촉구했다.

한숨 돌린 野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취임과 동시에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고 말하자 박수로 호응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장은 ‘윤석열 정권·검찰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 요구서를 재가한 윤 대통령과 한 장관 때리기에 화력을 집중했다.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은 ‘유권석방 무권구속’, ‘황제 판결’이라며 재판부에 비난을 퍼부었다. 아울러 법원이 이 대표의 일부 범죄 혐의에 대해 상당 부분 인정했고, 영장 기각이 무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부각하며 민주당의 대통령 사과 요구에 반격했다.

당혹스러운 與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해 ‘무권구속 유권석방’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대출 정책위의장, 김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서상배 선임기자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새벽 가까스로 구속 위기를 넘겼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위증 교사 혐의가 소명되는 것으로 보이고,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백현동 개발 사업 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이 대표)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직접 증거가 부족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대표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선 “피의자 공모 여부 등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 장관은 이날 “구속영장 결정은 범죄 수사를 위한 중간 과정일 뿐, 죄가 없다는 건 아니다”며 “정치인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해서 사법이 정치가 되는 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영장 재판은 죄가 있고 없고를 따지는 본안 재판 이전의 절차”라며 “(이 대표) 범죄 혐의를 보강해 수사할 부분을 잘 찾아서 범죄에 상응하는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선 수사팀과 수사 상황, 앞으로의 계획을 점검해 다시 한 번 살펴보겠다”며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유감을 표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 부장판사가 밝힌 장문의 기각 사유를 두고 “기각이란 판단에 맞춘 수사적 표현”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해 “입장을 밝힐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복합위기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이제는 극단적인 대결 정치를 접고, 협치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희대학교 채진원 교수는 “상호 외연 확장을 위해 정책 경쟁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그동안 강성 지지층에만 집중했다면 이제 중도층에 어필할 수 있는 민생 정책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채 교수는 민주당을 향해 “서로 분열이 확인된 상황인 데다, 친이재명계 인사들이 비이재명계 지역구에 나서지 않았나”라며 “이럴 때는 굳이 지도부가 공천 칼날을 휘두르기보다 서로의 실력대로 겨루게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현우·박지원·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