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찾은 전남 화순군 도곡면 스마트팜 농장. 하우스에 들어가보니 사람 키보다 훨씬 큰 커피 나무가 열대우림처럼 빼곡하게 자라고 있었다. 파릇파릇한 잎 사이로 잘 익은 빨간색 커피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커피 나무는 꽃이 막 피기 시작한 것부터 파란 열매까지 그 모습이 다양했다. 커피 주산지인 남미의 어느 나라에 온 것처럼 커피 나무의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마이크로맥스 영농조합법인 차상화 대표가 20년간 일군 커피 농장이다. 차 대표의 커피 농장은 1만 9800㎡(6000평)로 여기서 자라는 커피 나무는 6만 그루다.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인 아라비카종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커피 농장이다. 전남지역 커피 생산량의 절반을 이 농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새벽에 피어 오르는 물안개에 반했어요” 2005년 전남 나주로 출장 온 차 대표는 나주 남평의 드들강을 보고 ‘귀농’을 결정했다. 당시 환경관련 회사를 창업한 차 대표는 서울에 있던 본사를 그날 바로 나주로 옮겼다. 차 대표는 1991년 울산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에서 폐기물 자원화와 수질·공기정화를 주 업무로 하는 환경관련 회사를 차렸다. 시골생활을 좋아했던 차 대표는 나주 들녘의 자연에 반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으로 삶의 터를 옮긴 것이다.
“서울생활이 힘들었어요” 당시 차 대표는 빌딩과 매연, 자동차에 염증을 느끼던 때였다. 나주로 본사를 옮긴 차 대표는 디자인과 환경을 접목한 환경디자인 사업을 계속했다. 미생물을 이용한 자연순환농법도 본격적인 연구를 했다.
“커피 공부는 대학때 취미였어요” 차 대표는 1990년 커피숍을 운영하면서 원두속에서 우연히 껍질이 있는 그린빈을 발견했다. 그린빈을 심어봤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커피 나무의 싹이 올라왔다. 이 때부터 커피 나무 재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국내 어디에서도 커피 재배법을 알 수가 없었어요” 그는 원서를 보면서 커피 나무 재배법을 익혔다. 커피 나무 재배에서 열매 수확, 원두 제조 방법 등을 독학으로 배웠다.
“커피 나무가 아열대 작물인 것은 모르시죠?” 차 대표는 대뜸 인터뷰 도중에 기자에게 물었다. 커피 나무는 열대작물이 아니란다. 우리나라에서도 겨울만 잘 넘기면 커피 재배가 가능한 기후조건이다. “지금과 같은 가을날씨가 가장 좋은 커피 재배 기후예요” 커피나무는 섭씨 26℃가 넘으면 광합성 작용을 못한다. 때문에 서늘한 날씨가 최적의 기후다.
차 대표는 처음에 10그루로 커피 나무 농사를 시작했다. 어느새 그의 농장에는 6만그루까지 늘어났다. 그는 3.3㎡에 10그루를 심는 밀식재배를 한다. 대개 커피 나무 한 그루당 차지하는 면적은 3.3㎡ 정도다. 하지만 그는 성장억제를 하면서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높이기위해 이같은 밀식재배를 한다. 시설하우스의 비용을 줄이는데 밀식재배가 효과적이다.
그의 초기 커피 나무 재배의 관심사는 품질이었다. “국내에서 재배한 커피 나무의 문제는 성장보다는 품질였어요” 커피 나무는 수확량보다는 프리미엄 등급을 받는 품질이 중요하다. 스페셜과 프리미엄급 정도는 돼야 고급 커피로 제 값을 받을 수 있기때문이다. 에티오피아산 커피 기준으로 프리미엄급 커피 생두 가격은 1㎏당 400만∼500만원에 거래된다.
에티오피아 커피 나무를 재배하는 차 대표는 2015년 ‘기후모사’를 했다. 에티오피아 기상국의 기후데이터를 활용해 국내에서 에티오피아와 똑같은 조건으로 커피를 재배하는 것이다. 기후모사를 하면서 그는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 커피 재배를 실험했다. 어떤 온도와 습도에서 맛과 향이 달라지는지 데이터를 축적했다. 차 대표는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가장 맛있는 커피 기후 조건을 찾아냈다. 그의 기후모사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커피 주산지 국가에서 차 대표의 ‘최적 조건’ 데이터가 무엇인지 문의가 잇따랐다. 차 대표는 다른 나라에 커피 기후모사를 수출하고 있다.
차 대표는 자연순환농법으로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커피 재배 과정에서 나온 나뭇잎과 줄기, 가축분뇨, 호기성 미생물을 섞어 만든 퇴비를 사용한다. 그는 토양과 수질관련 특허만 2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또다른 핵심은 프로세싱(가공)이다. 수확한 열매(커피체리)는 세척과 미생물 투입, 발효 과정 등을 거친다. 이 과정을 거쳐 나온 게 생두다. 로스팅하기 전인 발효 과정에서 커피의 향과 맛이 결정된다. 커피 주산지 나라들이 기후변화로 토착 미생물이 변화하고 있다. 때문에 차 대표가 보관하고 있는 토종 미생물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차 대표 농장에서 생산하는 커피는 매년 10t가량이다. 1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수요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두베이와 두베이 아리랑, 두베이 지화자 등 3개의 커피 브랜드를 갖고 있다.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커피숍에 그의 농장에서 생산한 생두를 납품하기도 벅차다.
차 대표는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전남 50여 농가에 위탁 생산을 하고 있다. “농가에서 수확한 커피체리를 그대로 받아와서 프로세싱을 하죠” 농가에서 프로세싱을 하기는 쉽지않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회사에서 고급의 맛과 향을 내는 프로세싱을 하고 있다.
그는 귀농인에게 커피 나무 재배를 권한다. 커피 나무는 심은지 3년차부터 열매를 맺는다. 커피 묘목을 살 때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커피 나무 재배는 그리 어렵지 않다. 6600㎡(2000평) 비닐하우스에 2만 2000그루의 커피 나무를 심을 수 있다. 한 그루당 수확량은 6㎏으로 매년 132t를 수확이 가능하다. 커피 나무는 버릴 게 없다. 가지치기로 나온 가지는 개껌을 만드는 재료로 활용된다. 개껌 한 개당 1만원 이상으로 거래된다. 커피 나무 잎은 항산화 물질과 화장품 등 주 원료로 쓰인다.
“초기 자본이 좀 들어요” 바로 수확하기 위해서는 7년생 커피 나무를 심어야 한다. 커피 나무 7년생 한 그루 가격은 10만원가량이다. 시설비를 지원받더라도 묘목값이 만만찮게 든다. 차 대표는 귀농인에게 “한 우물을 파야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