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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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한국 의료 심장부에 영원한 발자취 남기다

6·25전쟁 당시 야전병원 통해 2만5000여명 치료
전후 노르웨이, 덴마크와 함께 '국립의료원' 세워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뒷편에 있었던 식당 ‘스칸디나비안 클럽’(Scandianvian Club)을 기억하는 이가 제법 있을 것이다. 스칸디나비아는 6·25전쟁 당시 한국에 의료지원을 제공한 북유럽 국가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를 일컫는다. 3국 의료지원단은 6·25전쟁 이후인 1958년 서울에 국립의료원을 세웠는데 이것이 오늘날 국립중앙의료원의 전신이다. 국립의료원 부설 식당 이름에 ‘스칸디나비아’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6·25전쟁 때 한국에서 활동한 스웨덴 적십자 운영 야전병원의 1953년도 모습. 주한 스웨덴대사관 제공

한국의 음식과 문화가 낯선 의료진을 위한 전용 식당에서 출발한 스칸디나비안 클럽은 주한 외교관과 외국인들의 단골 모임 장소로 인기를 끌었다. 나중에는 병원을 찾는 환자와 그 가족은 물론 일반 시민에게도 개방됐다가 2012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최근 국립중앙의료원을 옛 미군 공병단 부지로 이전해 신축하는 방안이 결정되면서 기존 의료원 부지 내에 옛 스칸디나비안 클럽을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운영하는 전쟁기념사업회가 6·25전쟁 당시는 물론 이후에도 한국 의료 발전에 크게 기여한 스웨덴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27일 전쟁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백승주 회장은 지난 24일 스웨덴 스톡홀름 유르고덴 공원에 위치한 스웨덴의 6·25전쟁 참전 기념비에 헌화했다. 주(駐)스웨덴 한국대사관 김창진 국방무관이 함께했다.

 

백 회장은 또 한서협회(회장 카타리나 에릭슨)와 스웨덴 참전용사협회(회장 군나르 페르슨) 등 6·25전쟁 참전 관련 단체를 만나 기부금을 전달하고 6·25전쟁 당시 스웨덴 의료지원단의 헌신에 고마움의 뜻을 표했다. 이 단체 회원들이 소중하게 간직해 온 각종 스크랩, 참전용사의 앨범, 수첩 등을 확인한 백 회장은 전쟁기념관에 설치된 ‘6·25전쟁아카이브센터’를 거론하며 “6·25전쟁아카이브센터 사업과 연계하여 스웨덴의 의료지원 관련 자료들을 수집·발굴해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6·25전쟁 당시 의료지원국인 스웨덴 의료진이 병원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 모습. 주한 스웨덴대사관 제공

6·25전쟁 당시 스웨덴은 스칸디나비아 3국 중에서도 제일 먼저 한국에 의료지원 부대를 보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후에도 가장 오래 남아 의료지원을 제공했다. 전쟁 기간에는 부산에 스웨덴 적십자야전병원(SRCH)을 설치하고 유엔군 부상병은 물론 한국 민간인 환자까지 총 2만5000여명을 치료했다. 스웨덴은 현재 한국과 북한의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감독하기 위한 중립국감독위원회(NNSC)의 일원이기도 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