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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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이번 차례상엔 샤인머스캣 올려야겠어요” [밀착취재]

추석 앞둔 전통시장·대형마트 둘러보니

사과 개당 만원까지…샤인머스캣은 생산량↑가격↓
“6.4% 가격 떨어졌다”는 정부…상인들 “시장 썰렁”
추석 연휴를 앞둔 27일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에서 샤인머스캣을 구매하기 위해 살펴보고 있는 소비자들.

 

“계속 빙빙 돌았는데 제수용 사과 제일 싼 게 3알에 1만원 중후반대더라고요. 상태 좋은 건 한 알에 만원까지도 간다던데…. 올해부터 차례상을 간소화하기로 했는데, 꼭 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다른 과일도 보고 있어요. 사과는 조금만 사거나 샤인머스캣이 생각보다 저렴해서 이걸 넉넉하게 살까 생각 중이에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만난 주부 이승미씨는 “요즘 과일이 하도 비싸서 조금이라도 싼값에 사려고 도매시장도 둘러보러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여름 긴 장마와 폭염 등 이상기후 여파로 과일 수확에 차질을 빚으면서 차례상에 올릴 과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부담을 토로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특히 제수용 사과는 개당 1만원에 팔릴 정도로 ‘금사과’가 됐다. 실제 이날 가락시장의 사과 가격을 물어보니 사과 10개 한 상자에 8만원선에 판매되고 있었다.

27일 서울의 한 마트에서 양광사과 3입팩이 2만4800원, 제수용 배 3입팩이 1만5800원 등에 판매되고 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 만난 이들은 과일 구매를 포기하거나 가격대가 저렴한 다른 품목을 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차례상을 간소화하거나 아예 생략하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경기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씨는 “사과와 배만 넉넉하게 사도 6만원가량을 써야 해 지출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지난해부터 간략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생략하는 게 어떻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도 썰렁한 시장 분위기에 상인들도 한숨을 내쉬었다. 소비자들이 발걸음을 망설이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샤인머스캣을 가판대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다. 2kg 기준 한 상자가 지난해 2만5000원대였는데 올해는 1만원 조금 넘는 수준에 팔고 있다는 게 상인들 전언이다. 가락시장 상인 김모씨는 “사과가 추석 대목에 항상 인기 품목이었는데 올해는 손님들이 가격만 물어보고 지갑을 쉽사리 열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손님도 많이 줄었다”며 “오히려 비싼 과일로 여겨지는 샤인머스캣이 생각보다 저렴하다고 생각하시는 건지 선물용으로 많이들 사간다. 작년 대비 거의 반값이라 사과보다 배로 반입 물량을 늘렸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의 다수 상인이 샤인머스캣을 가판대 앞쪽에 배치해 판매하고 있다.

 

올해는 사과가 개화기에 냉해 피해를 당해 수확량이 감소하면서 가격대가 높게 형성된 반면 샤인머스캣은 출하량이 폭증하면서 가격대가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가격도 변동을 보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동향에 따르면 사과(홍로) 10개 평균 소매가격은 23일 기준 3만1580원으로 전년동기(2만5506원) 대비 23.8% 올랐다. 사과(홍로·10㎏) 평균 도매가격의 경우 22일 기준 8만9780원으로 전년동기(3만4888원) 대비 157.3% 치솟았다. 이에 반해 샤인머스캣은 평균 도매가격(23일 기준·2㎏) 2만8060원으로 1년 전(3만1872원)에 비해 가격이 1만원가량 대폭 하락했다.

 

정부는 추석 성수품 가격이 지난해보다 6.4% 낮아졌다고 발표했지만 시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지난해 추석 물가 폭등에 따른 기저효과와 폭염·집중호우에 신선식품 가격이 특히 많이 오르면서 올해 추석상 체감 물가는 더 높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추석 전인 27일까지 잔여 공급물량을 방출하고 할인 지원을 지속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