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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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담당 판사 "공정한 재판 할 것"… 기피 신청 기각

오바마 때 임명… 1·6 사태 피고인들에 중형
"트럼프에 편견 없어… 공정한 판단 내릴 것"
트럼프 둘러싼 사법 리스크 갈수록 커질 듯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결과 번복 미수사건을 심리 중인 연방판사가 트럼프 측의 기피 신청을 거부하고 재판을 계속 진행할 뜻을 내비쳤다. 해당 법관은 앞서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기소된 다른 피고인들한테 중형을 선고한 바 있다. 최근 트럼프 지지율이 치솟고 있긴 하지만 그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심각해 보인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미 수도 워싱턴을 관할하는 연방지방법원의 타냐 처트칸 판사는 이날 “피고인 측의 신청에도 불구하고 재판장 자리를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측이 문제로 삼은 과거 자신의 법정 발언에 대해 “공정한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만큼의 편견을 드러낸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나는 ‘트럼프를 기소하고 투옥해야 한다’는 식의 입장을 밝힌 바 없다”며 “피고인 측은 내가 재판장에서 물러나야 한다면서도 정작 과거 나의 발언을 비롯해 그를 뒷받침할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타냐 처트칸 미국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판사. 2014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미 법원 홈페이지

이렇게 되면 트럼프 측은 상급 법원인 연방항소법원에 ‘재판부 기피 신청을 인용해 달라’는 항고를 제기할 수 있으나 그것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트럼프 측이 처트칸 판사를 싫어하는 건 앞서 그가 내린 판결들 때문이다. 처트칸 판사가 워싱턴을 관할하는 법원 소속이다 보니 2021년 1·6 사태로 기소된 이들 여럿이 그의 재판을 받았다. 1·6 사태란 2020년 11월 실시된 대선 결과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승리한 것으로 나타나자 이듬해 1월 6일 성난 트럼프 지지자들이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해 점거농성을 벌이며 대선 결과를 번복하려 한 사건이다. 당시 트럼프가 직접 “의회로 쳐들어가 선거 사기를 막고 대선 결과를 바로잡으라”며 지지자들을 선동했다는 것이 그를 수사하고 기소한 특별검사팀의 판단이다.

 

의사당에 난입한 이들 중 상당수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는데 처트칸 판사는 이들에게 잇따라 중형을 선고했다. 형량이 얼마나 무거운지 일부 언론이 ‘무자비한 징벌’(harsh punishments)이란 표현을 썼을 정도다.

 

더욱이 처트칸 판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던 2014년 임명된 민주당 성향의 법관이다. 오바마는 트럼프가 가장 미워하는 인물로 현 바이든 대통령은 그 밑에서 부통령을 지냈다.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 입장에선 오바마와 처트칸, 또 바이든 현 대통령과 처트칸의 관계를 의심할 만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시간주 클린턴 타운십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의 재판부 기피 신청이 기각된 것이 이번이 첫 사례는 아니다. 성인물에 출연한 여배우를 성추행하고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뉴욕주(州) 검찰에 의해 기소된 사건이 그렇다. 트럼프 측은 이 사건 1심을 맡고 있는 뉴욕 맨해튼법원의 후안 머찬 판사를 상대로 “공정한 재판 진행이 불가능해 보인다”며 기피를 신청했으나 거부 당했다.

 

최근 트럼프는 지지율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따돌리며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형사사건에 발목을 붙잡힌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도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