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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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양 금지’ 인공기, 시상식서 버젓이 펄럭였다

‘北의 골든데이’ 체조·사격서 ‘금 셋’
WADA, 올림픽 제외 모든 스포츠 대회서
인공기 게양 금지…中 암묵적 허용 지적도

북한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하루 만에 금메달 3개를 따냈다. 사격 10m 러닝타깃 단체전에서 첫 금메달이 나왔고, 도마와 이단평행봉에서 하나씩 모두 3개를 가져갔다. 시상식에는 게양이 금지된 인공기가 펄럭였고, 북한 사격 선수들은 북한 깃발을 향해 경례했다. 세계도핑방지기구(WADA)가 아시안게임 개막식 이후 인공기 게양 금지 경고 메시지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보낸 이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28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북한 안창옥과 김선향이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인공기가 게양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28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사격 여자 10m 러닝타깃 단체전에서 백옥심, 방명향, 리지예가 점수 합계 1655점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2위 카자흐스탄(1642점)보다 10점 이상 앞설 정도로 차이가 컸다. 안창옥과 사격 단체 팀원은 시상대에 올라 인공기를 향해 거수경례했다.

 

이어 북한은 황룽 스포츠센터 경기장에서 열린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승에서 안창옥이 1, 2차 시기 평균 14.049점을 획득해 금메달을 수확했다. 또 이단평행봉에서도 안창옥은 유일하게 14점대인 14.266점을 받아 두 종목 모두 압도적인 기량으로 인공기를 시상식 맨 위로 게양했다.

 

북한 안창옥(가운데)과 김선향이 28일 중국 항저우 황롱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 시상식에서 인공기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안창옥은 이날 도마와 이단평행봉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2관왕에 올랐다. 뉴스1

하지만 인공기는 문제가 될 전망이다. WADA는 OCA에 인공기 게양 관련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WADA에 따르며 북한 도핑방지기구는 지난 2021년 10월부터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어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제외한 모든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에서 인공기 게양을 금지하는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이번 항저우 대회에서 인공기가 버젓이 게양되면서 개최국인 중국이 이를 암묵적으로 허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국 유입을 막겠다며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 일방적으로 불참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모든 국가올림픽위원회(NOC)는 올림픽에 참가해야 한다는 올림픽 헌장을 북한이 위반했다며 2022년 말까지 북한의 NOC 자격을 정지하고 국제 대회 출전을 막았다. IOC의 징계는 2023년 시작과 함께 해제해 북한은 이번 대회를 통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래 5년 만에 국제 대회 무대로 돌아왔다.


항저우=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