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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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이 어쩌다… 강력범죄와의 전쟁에 軍까지 동원

軍 총사령관 "경찰 도울 준비 돼 있다"
2022년 60명 이상 총격으로 목숨 잃어
총리 "가능한 한 모든 수단 강구할 것"

우리에겐 북유럽 복지국가로 널리 알려진 스웨덴이 요즘 총기, 폭발물 등을 이용한 강력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찰력을 총동원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급기야 군대까지 범죄와의 전쟁에 투입키로 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이날 텔레비전(TV)에 출연해 행한 연설에서 “우리는 총기 등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조직을 끝까지 추척해 그들을 물리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웨덴 군부에 강력범죄 근절을 위한 노력에 동참할 것을 명령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28일(현지시간) TV에 출연해 심각한 표정으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방송 화면 캡처

미카엘 뷔덴 스웨덴군 총사령관(공군 대장)은 크리스테르손 총리의 연설 직후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강력범죄와 싸우는 경찰의 노력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테르손 총리와 뷔덴 총사령관은 29일 경찰청장과 만나 범죄자 소탕 과정에서 군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범죄자들은 민간인 신분이고 군대는 외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국가안보가 우선적 책무다. 따라서 범죄자 소탕 과정에 군이 어떻게 개입할지 현재로선 명확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일각에선 군인들이 경찰관들과 합동으로 팀을 꾸려 특정한 치안 임무를 맡는 형태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군대가 나서야 할 정도로 요즘 스웨덴의 치안 상황은 심상치 않다. 최근 수도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80㎞ 떨어진 곳에서 범죄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발물 폭파로 잠을 자던 25세 여성이 사망했다. 사람들로 가득찬 스톡홀름의 한 운동 경기장에서 18세 남자가 총에 맞아 숨지는 충격적인 일도 벌어졌다. 2022년 스웨덴에선 역대 가장 많은 60명 이상이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는데, 올해도 그와 비슷하거나 심지어 더욱 늘어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제기된다.

 

2021년 발간된 스웨덴 정부의 공식 보고서에 의하면 매년 인구 100만명당 총격 사망자는 유럽 평균이 1.6명인 반면 스웨덴은 그보다 2배 이상 많은 4.0명이다.

28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의 한 주택에서 범죄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발물 폭파가 일어나 여성 1명이 사망한 가운데 경찰이 사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살기 좋은 나라로 유명했던 스웨덴이 어쩌다 미국처럼 된 걸까. 스웨덴 경찰은 이민자들이 사회에 제대로 통합되지 못하는 현실, 빈부격차 확대, 마약의 범람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더 많은 감시와 총기법 위반에 대한 더 가혹한 처벌, 불법 이민자에 대한 더 강력한 추방 권한을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얼마 전 유엔총회 참석차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을 방문하고 돌아온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강력범죄에 대처하는 뉴욕 경찰의 사례도 적극 참고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뉴욕시장한테 많은 것을 배웠다”며 “모든 대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