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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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최초 여성 전투기 조종사, 31년 복무하고 퇴역

ROTC 거쳐 임관해 F-15 전투기 조종
소장까지 진급… "미래 세대에 귀감"
인기 영화 '캡틴 마블' 주인공의 모델
촬영 때 배우 브리 라슨에 연기 조언

미국 공군 역사상 첫 여성 전투기 조종사이자 할리우드 영화 ‘캡틴 마블’ 주인공의 모델이 31년의 군생활을 마치고 퇴역했다. 미 공군은 그를 ‘개척자’(trailblazer)라고 부르며 “미래 세대가 공군의 지도자로 성장할 토대를 닦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28일(현지시간) 미 공군에 따르면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지니 레빗 공군본부 안전실장(소장)이 지난 23일 전역했다. 실전 투입 300시간을 포함해 총 3000시간이 넘는 비행 경력을 자랑하는 레빗의 주기종은 한국 공군도 보유한 F-15 전투기이다.

미 공군 최초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 지니 레빗. 31년간 복무하고 소장까지 진급한 뒤 최근 퇴역했다. 미 공군 홈페이지

레빗은 공군사관학교 졸업생은 아니다. 미주리주(州)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난 그는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주립대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하고 학군장교(ROTC) 과정을 거쳐 1991년 공군 소위로 임관했다. 1992년 조종사 훈련을 받기 시작했고 1993년 F-15 전투기를 조종하면서 미 공군 최초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가 되었다.

 

2002년 소령으로 진급한 레빗은 2004년 7월부터 2005년 9월까지 1년 2개월가량 주한미군 사령부에서 복무하는 등 한국과의 인연도 깊은 편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참전해 실전 경험을 쌓고 뛰어난 무공으로 훈장도 받았다.

 

2016년 준장으로 진급하며 별을 단 최초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가 되었다. 2016년부터 2년간 네바다주 넬리스 공군기지에 있는 제57비행단을 지휘했는데, 여성으로서 비행단장이 된 것 역시 레빗이 최초 사례다. 소장 진급 후 2021년 8월 공군본부 안전실장에 임명돼 최근까지 재직했다. 남편도 같은 공군 장교 출신으로 예비역 대령이다.

미 공군의 지니 레빗 예비역 소장이 젊은 시절 F-15 전투기 조종석에 앉아 있는 모습. 미 공군 홈페이지

레빗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할리우드 영화 ‘캡틴 마블’(2019)이다. 이 영화는 미 공사 출신의 여성 대위이자 전투기 조종사인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그 모델이 된 인물이 바로 레빗이다. 배우 브리 라슨은 캐럴 댄버스를 연기하기 위해 레빗한테 도움을 청했고 레빗은 선뜻 배우와 제작진에 자문을 제공했다. 영화 촬영에 앞서 라슨은 레빗과 함께 F-15 전투기를 타고 조종 실습도 했다는 후문이다.

 

미 공군은 “어느 자리에서나 한 계단 더 올라서고자 했던 레빗의 열망은 결코 자신만을 위한 게 아니었다”며 “그의 목표는 공동체 전체를 들어올리는 것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유의 집념과 회복력을 통해 레빗은 미래 세대가 공군의 지도자로 성장할 토대를 닦았다”고 찬사를 바쳤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