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어머님, 규정이 그래요”…답지 못 적어 0점 받은 중학생 母 소송 패소

종료종 이후 OMR 마킹 못한 중학생 ‘0점’
학교에 시험성적 취소 소송 건 학부모 패소
지난 3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한 학생이 전국연합학력평가 답안지에 이름을 작성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공동취재단

 

중간고사에서 시험 종료종이 울릴 때까지 답안지(OMR 카드)를 작성하지 못한 학생을 0점 처리한 학교 측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당시 교사는 규정대로 답이 작성되지 않은 답안지를 회수했으나, 해당 학생의 모친은 성적을 인정해달라는 취지의 이의를 신청한 바 있다.

 

인천지법 제2행정부(부장판사 호성호)는 중학교 3학년 A군 측이 인천의 한 중학교 교장을 상대로 제기한 시험성적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시험 종료 직전 시험 감독교사가 답안지 작성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등 감독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성적처리를 무효해 달라는 A군 측의 청구를 기각한 뒤 소송비용도 모두 부담하게 했다.

 

A군은 지난 4월28일 2교시에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 3학년 1학기 중간고사 수학 과목 시험을 치렀다. 당시 A군은 종료령이 울릴 때까지 시험 문제는 다 풀었으나, OMR 카드에 답을 작성(마킹)하지 못했다.

 

시험을 감독한 교사 B씨는 종료령이 울리자 A군으로부터 답이 작성되지 않은 답안지를 회수했다.

 

이에 A군의 어머니는 지난 5월1일 시험에서 작성한 시험지에 따라 성적을 인정해 달라는 취지로 이의를 신청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규정과 절차상 문제가 없었고, 시험 종료 10분 전 안내방송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 응시 유의 사항에 대해서도 사전에 안내했으며, 종료령이 울린 후에도 계속 답안지를 작성하는 행위는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결국 학교 측은 답안지를 올바른 표기 방식으로 하지 않아 발생한 불이익은 A군 책임이므로, 시험 성적을 답안지 판독 결과인 0점으로 처리하겠다고 통보했다.

 

재판 과정에서 A군 측은 “시험 감독 의무에는 부정행위 감독뿐만 아니라 시험 진행·응시 요령·답안지 작성에 대한 지도도 포함된다”며 “학교 측은 답안지 작성 안내·확인도 하지 않았고, 답안지 확인을 하지 않은 이상 시험 종료 이후에라도 A군에게 답안지 작성 기회를 주는 것이 적절했다”고 주장했다.

 

또 “(시험 감독관은) OMR 카드 작성 기회를 주지 않는 등 감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답안지 작성 여부를 확인하는 중요한 절차를 누락했다”며 “이로 인해 A군은 시험의 답안지를 작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0점 처리는 취소돼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교사가 시험 종료 10분 또는 5분 전에 학생들의 답안지 작성 여부를 개별적으로 확인하거나, 답안지를 작성하지 않은 학생에게 답안지를 작성하도록 지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그러나 학교 측에서 시험 종료 10분 전, 안내방송을 통해 종료 사실을 알렸고 A군 또한 10분 내에 답안지 작성을 마쳐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시험 종료 후 답안지를 작성하는 행위는 부정행위로 간주된다”며 성적을 무효처리해 달라는 A군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