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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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점차 완패한 北 여자농구…이유 없이 공식 기자회견 불참

북한 여자농구가 중국에 처참하게 무너졌다. 여자농구에서 보기 드문 세 자릿수 실점을 하면서다. 북한과 중국의 점수 차는 더블스코어를 넘은 56점에 달한다. 경기 후 정순심 북한 감독은 밝은 표정으로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다가도 한국 취재진을 강렬하게 노려보며 자리를 떠났다. 북한은 공식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북한 여자 농구 대표팀 선수들이 3일 오후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중국에 44-100으로 진 뒤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항저우=정필재 기자

북한 여자 농구대표팀은 3일 오후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4강전에서 중국에 44-100으로 졌다. 북한은 3위 결정전으로 밀렸다. 이번 경기에서 신장 205㎝의 박진아(20)는 뛰지 않았다. 북한은 1쿼터와 4쿼터 나란히 6점밖에 넣지 못하는 빈공에 시달렸다. 또 중국의 신장 2m 센터 리웬우가 25득점 15리바운드를 잡는 것을 바라만 봤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단일팀 멤버로 활약했던 로숙영은 11득점 8리바운드로 분전했다.

 

북한 선수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지나는 북한 선수단에게 취재진이 경기 소감을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모두 빠져나온 뒤 정순심 감독이 퇴장했다. 정순심 감독은 환호해준 중국 관중들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퇴장하는 동안에도 이쪽저쪽을 바라보며 열심히 손을 흔들어 환호에 보답했다. 하지만 이때 한국 취재진을 바라본 정순심 감독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졌고, 흔들던 손까지 내려놓고 기자를 노려봤다.

 

북한 선수들은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현장 통제를 맡은 관계자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것은 의무기 때문에 북한 감독에게 참석을 요청했다”며 “두 차례나 북한 측에 ‘인터뷰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 번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했지만 이미 북한 선수단이 이미 자리를 떠나버렸다”며 “기자회견에 불참한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항저우=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