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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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 "北 같은 나라 안 되게 해준 이승만 대통령에 감사"

이승만기념관 건립 기부… "화합하자는 의미"
"공산국가 됐으면 우리 아이들 지금 어떻겠나"

“서로 미워하지 말고 화합하면 좀 더 평안한 나라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배우 이영애씨가 3일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에 5000만원을 기부한 이유를 밝혔다. 일각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1948∼1960년 재임)의 과오를 거론하며 “독재를 미화하려 드느냐”며 그를 비판한 데 따른 것이다.

 

배우 이영애. 세계일보 자료사진

6·25전쟁 참전용사의 딸인 이씨는 그간 순직 군인이나 상이용사, 생활고를 겪는 참전용사 및 그 가족에 관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거금을 쾌척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입장문에서 자신의 기부 의도를 “(이 전 대통령의) 과오를 감싸자는 것이 아니라, 과오는 과오대로 역사에 남기되 공을 살펴보며 화합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부의) 근본적 취지는 역대 대통령을 지낸 분들의 과오는 과오대로 역사에 남기되, 공을 살펴보며 서로 미워하지 말고 화합하면 좀 더 평안한 나라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지 않겠나 하는 두 아이 엄마의 간절한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부 당시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에게 서한을 보냈다. 편지에서 이씨는 이 전 대통령을 “오늘날 자유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져 놓으신 분”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를 두고도 ‘독재 미화’ 논란이 인 것에 대해 이씨는 “우리나라를 북한의 무력 침공으로부터 지켜내 북한과 같은 나라가 되지 않도록 해줘서 감사하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북한 정권의 야욕대로 그들이 원하는 개인 일가의 독재 공산국가가 되었다면 지금 우리 아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자유가 없는 곳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서한 원문 등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특별전은 12월 20일까지 열린다. 세종=뉴스1

1950년 6월 25일 북한이 기습남침에 돌입했을 당시 북한은 소련제 T-34 탱크를 비롯해 당시만 해도 성능이 가장 뛰어난 무기로 무장한 반면 한국군은 미국의 무기 제공 거부로 무장이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이런 한국군이 전쟁 발발 3일 만에 수도 서울을 북한에 빼앗길 만큼 고전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 대통령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국군과 유엔군을 독려해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하도록 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직후에는 미국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한국 안보의 기틀을 닦았다. 한·미동맹 덕분에 한국은 국방비로 써야 할 돈을 경제개발에 투자하며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이 취임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지정하려는 이른바 뉴라이트 진영의 시도에 이씨가 동조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이씨는 “(이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역사와 건국사를 다시 쓰려는 걸 지지하지 않는다”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올해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 및 한·미동맹 출범 70주년을 맞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가 과거 어느 때보다 뜨겁다. 김 전 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이승만대통령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가 지난 6월 29일 발족한 뒤 각계에서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원로배우 신영균(95)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은 서울 강동구 한강변에 있는 약 1만3223㎡(4000평)의 사유지를 기증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