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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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식단에 또다시"… ‘수요일엔 수산물 먹는 날’ 행사에 불만 켜켜이 [사사건건]

“조류독감 때는 닭고기가 엄청 나왔는데, 이번엔 수산물 메뉴네요.”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지난달 13일부터 4주 동안 정부청사 내 구내식당에서 국내 수산물 메뉴를 운영하는 ‘수(水)요일엔 우리 수(水)산물 먹는 날’ 행사를 진행했다. 제공된 수산물은 해양수산부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협력해 방사능 수치 검사를 시행해 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국내 수산물 소비를 촉진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와중에 수산물 특식 가격대가 일반식보다 2배가량 높자 공무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9월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직원들이 모둠회 메뉴로 구성된 점심 식사를 배식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4일 세종·서울·과천·대전 등 4대 정부청사의 총 17개 구내식당에서는 ‘수요일엔 우리 수산물 먹는 날’ 행사의 마지막 수산물 식단이 운영됐다. 기존 식단은 4000원에 운영됐지만, 전복해물떡볶이 등 수산물 특식 메뉴는 8000원에 제공됐다. 행정안전부(행안부)에 따르면 젊은층이 선호하는 푸팟퐁커리와 해물파스타 등과 함께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오징어물회, 멍게비빔밥 등을 다양하게 제공해 입주직원들의 참여를 유도했다는 방침이다.

 

반면 한 달간 수산물 특식 메뉴를 맞이한 공무원들은 비교적 높은 가격대에 아쉬운 목소리가 컸다. 8급 공무원 이모씨는 “구내식당은 가격이 저렴한 게 장점인데 단가를 확 올리니 부담스러웠다”며 “공무원 월급은 물가 상승도 제대로 반영 안 되는데, 구내식당 값까지 올리니 상당한 압박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씨는 “초반에는 식단 질이 괜찮았으나 점점 단가 맞추느라 음식 질이 낮아지고 억지로 한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3일 ‘수요일엔 우리 수산물 먹는 날’ 첫날 세종에 있는 정부청사 식당에선 수산물 특식만 운영하기도 했으나, 높은 가격대에 불만이 커지자 다시금 4000원 일반 메뉴를 추가했다.

 

지난달 13일 ‘수요일엔 수산물 먹는 날’ 행사 첫날의 주간식단표에는 8000원(식장 2장) 가격대의 수산물 특식 메뉴가 적혀있다. 독자 제공

행안부는 최초 행사 계획 시, 4대 청사에서 하루 평균 점심을 먹는 사람이 7000명이 넘는 만큼 행사 기간에 3t 내외의 국내산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밝힌 바 있다. 현장에서는 비싼 가격대에 ‘차라리 외식‘을 외치며, 수산물 소비 진흥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들렸다. 한 4급 서기관 A씨는 “청사 앞에 8000원짜리 비슷한 밥집들 많은데 뭐하러 구내식당에 가서 그 값을 내겠냐”며 “구내식당 가격으로는 경쟁력이 없어서 서로 먼저 먹고 먹을 만한가 후기를 들려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7800t가량의 후쿠시마 오염수 1차 방류가 지난달 11일 마무리된 직후 이뤄진 행사에 수산물 소비를 꺼리는 심리를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한 5급 사무관 B씨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 논란이 있다 보니 국내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생각을 심으려는 것 같다”며 “수산업자들 소득 보전을 위해 대량 구매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외식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공무원들한테는 조류독감 땐 닭고기 먹고, 쌀 생산 과도하면 쌀 소비 늘리는 게 일상이라 그러려니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 이후라 조금 더 ‘헉’ 했다”고 말했다.

 

한편 행안부는 지난달 초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회 중앙지방정책협의회에서 국내산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등의 구내식당에서 국내산 수산물 이용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나현·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