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시장이 지표로 삼는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3일 연 4.801%를 기록했다. 3개월 사이에 1%포인트 가까이 올라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다. 30년물 국채금리는 4.936%로 5% 돌파를 목전에 뒀다. 미 재무부가 3분기 국채를 역대 최대 규모인 1조70억달러(약 1370조원)어치를 발행하기로 한 영향이 크다. 수요보다 국채 공급이 늘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지만 금리는 상승한다. 미 국채가 전 세계 달러를 쓸어담는 블랙홀이 되면서 글로벌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형국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매파 인사들의 긴축 기조 언급에 미국이 기준 금리를 내리는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미 기준금리는 현재 5.25∼5.55%다. 시장 컨센서스나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연말 최종금리를 5.5∼5.75%로 예측했다. 하지만 ‘월가의 황제’라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연 7% 금리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고금리에 따른 긴축 장기화로 어제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이 14.2원 오른 1363.5원에 마감되면서 지난달 27일(1356원) 이후 또다시 연고점을 경신했다. 코스피도 2.41% 급락했다. 금리 인하는커녕 오는 11월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미 국채금리 인상으로 국내 은행의 조달금리가 오를 게 뻔하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6개월 만에 6%를 넘어선 상황에서 국내총생산(GDP)의 108.1%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또 다른 뇌관이다. 대출금리 인상으로 원리금 부담이 커지면 소비 감소와 성장률 저하로 이어진다. ‘강(强)달러’도 모자라 100달러에 육박하는 고유가는 물가를 압박하고 있다. 경기 회복의 반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소비·투자가 더 위축될지도 모르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경기 둔화와 가계부채를 놓고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세수 결손에 허덕이는 재정 당국도 버겁기는 마찬가지다. 상환 능력 심사 강화와 과도한 대출 차단 등 금융 당국의 조치도 가시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선제적 관리에 나서야 한다. 당분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접고 고금리 장기화에 대비하는 게 급선무다. 지금이 노동시장 유연화, 규제 혁파 등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의 적기다.
[사설] 美 국채금리 16년 만에 최고치, 고금리 장기화 대비해야
기사입력 2023-10-05 00:11:44
기사수정 2023-10-05 00:11:44
기사수정 2023-10-05 00:11:44
미국發 긴축에 금융시장 요동
원·달러 환율 급등, 코스피 급락
규제 혁파 등 체질 개선 나서야
원·달러 환율 급등, 코스피 급락
규제 혁파 등 체질 개선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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