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오름세가 반영되면서 9월 소비자물가가 5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사과가 전년 동월 대비 54.8% 오르는 등 신선과실이 2020년 10월 이후 가장 크게 상승하는 등 먹거리 가격도 고공행진했다. 정부는 고유가 영향이 지속되겠지만 농산물 가격이 차츰 안정되면서 이달부터 물가가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2.99(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상승했다. 이는 지난 4월 물가 상승폭이 3.7%를 기록한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뒤 올해 7월 2.3%까지 낮아졌지만 8월 3.4%를 기록하는 등 최근 들어 상승폭을 다시 키우고 있다.
물가 상승폭이 커진 건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류 하락폭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석유류는 전년 동월 대비 11.0% 하락했지만 지난달에는 하락폭이 4.9%에 그쳤다. 이에 따라 석유류의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는 8월 –0.57%포인트에서 9월 –0.25%포인트로 올랐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가 오른 가장 큰 배경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류 하락폭 둔화된 영향”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농산물이 7.2% 오르는 등 농축수산물도 전년 같은 달보다 3.7% 상승해 전월(2.7%) 대비 오름폭이 커졌다. 특히 사과(54.8%), 복숭아(40.4%) 등 신선과실이 24.4% 올랐는데, 이는 2020년 10월(25.6%) 이후 가장 크게 상승한 것이다. 여름철 폭염 등의 영향으로 공급이 부족해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공공요금 인상의 영향으로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작년 동월 대비 19.1% 상승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3.3% 올라 7월 이후 3개월 연속 보합세를 유지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4.4% 올랐다. 이는 8월(3.9%)보다 0.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김보경 심의관은 “서비스 물가는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서 (향후 물가 추이가)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반적인 물가 둔화흐름이 유지되고 있다면서 10월부터 물가가 다시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는 “9월 소비자물가는 국제 유가 상승 영향이 반영되고 기상여건에 따른 일부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8월에 이어 3%대 상승했다”면서도 “국제유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반영되겠으나 수확기 도래 등으로 농산물 가격은 점차 안정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