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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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여자, 부검해봐요” 실천교사모임, 강남 초교 ‘갑질 단톡방’ 주도한 학부모 법적대응 촉구

일부 학부모 단톡방서 교사들 향해 도 넘은 인신공격성 발언
서울시 강남지역에 있는 A초등학교 학부모 등이 만든 단톡방 ‘A사모’에 올라온 글. 교육언론창 갈무리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단체 대화방을 개설한 뒤 교사들에게 지속해서 갑질하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뭇매를 맞은 가운데,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성명을 내고 “단톡방을 주도한 학부모들에 대한 법적 대응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5일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이날 교사모임은 “해당 단톡방에서는 사회적 권력을 통해 학교를 좌지우지하기 위한 계획이 오갔으며 학교 민원을 놀이처럼 묘사하는 등 도를 넘은 언사가 오간 것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서울시교육청에 철저한 진상 규명과 사실관계 조사를 촉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교사모임은 “이는 공교육의 권위를 훼손하는 일이며 교육청과 학교의 업무를 방해하는 일이기도 하다”며 “학교에서 실제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지와 관계없이 해당 학교와 관련된 카톡방의 대화는 충분히 문제되는 발언들이다. 서울시교육청의 단호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당 학교의 관리자들 이 학부모들의 몰상식한 행동과 여론에 갈팡질팡하며 교사들을 곤란에 몰아넣은 바가 없는지 조사와 대응을 촉구한다”며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면서 학교에 넣은 민원들을 어떻게 처리하였는지를 밝히고 이러한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정정을 요구해야 이후에도 불합리한 민원에 대한 모범적 대응방안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선 지난달 27일 초등교사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A초등학교의 일부 학부모들은 2021년 9월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모듈러 교실’ 반대 활동을 하면서 ‘A사모(서울 A초를 사랑하는 모임)’ 단톡방을 만들었는데, 일부 학부모들이 이를 통해 교권침해를 일삼아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초등교사노조는 이 단톡방에서 학부모들이 교원의 실명, 직급 등을 거론하면서 인신공격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특정 교사 등에 대해 “O학년 O반 담임선생님, 앞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실지 지켜보겠습니다” 등 겁박성 발언을 시작으로 “OO 미친 여자예요”, “멱살 한 번 제대로 잡혀야 정신 차릴 듯”, “OO 몸이 많이 안 좋아지셨나 봐요. 부검해봐야 할 듯 한데”, “부검해봅시다” 등 도 넘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학부모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학교에 압력을 넣자는 취지의 대화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빠들 나서기 전에 해결하세요”, “젊(점)잖은 아빠들 나서면 끝장 보는 사람들이에요. 괜히 사회에서 난다 긴다 소리 듣는 거 아니에요”, “학부모들이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만 있는 줄 아나 봐요. 왜 학부모나 친인척 중에 고위공무원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등의 내용이었다.

 

모듈러 사업 철회 목소리가 커지면서 학교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교문 앞에 근조 화환이 배달되기도 했다.

 

결국 그해 10월 A초등학교의 모듈러 사업이 취소되면서 학부모 비대위 활동도 종료됐다. 그러나 A사모는 사업이 철회된 뒤에도 단톡방을 최근까지 운영하면서 교사들을 조롱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원은 사랑입니다”, “오늘 아침도 모닝 민원과 함께 시작해 봐요” 등 민원을 부추기는 내용도 올라왔다고 한다.

 

올해에도 이 단톡방에 민원 글이 올라오면서 학교가 학부모들에게 두 차례 사과문을 보내는 일도 있었다.

 

A사모 채팅방에는 “전 이 익명방이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힘을 가진 느낌 있잖아요? 우리들 톡을 통해서 많은 쌤들 신상에 변화 생긴 거 다 봤잖아요. 저만 쓰레기인가용?”이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이같은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져 공분이 일자 지난 2일 A초 학부모회는 공지를 올려 “교사에 응원메시지 보내자”고 뒤늦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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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