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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이 사업비 600억 더 들지만, 하루 교통량 6000대 많아” [정부, 양평고속道 경제성 분석]

‘비용 대비 편익’ 측정 결과 내용은

2㎞ 짧은 ‘원안’ 사업비 2조498억원
‘대안’은 교량·터널 많지만 길이 짧아
편익은 3배가량 많아 ‘더 남는 장사’
9000대 이상 교통량 감축 효과 예상

정부는 5일 노선 변경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해 원안(양서면 종점)보다 대안(강상면 종점)의 경제성이 우월하다는 내용의 경제성 분석 결과를 내놨다. 사업 절차가 중단된 채 표류해온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취지지만, 이번 경제성 분석 결과를 놓고도 정치권의 대치 전선만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경제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안의 비용 대비 편익(B/C)값은 0.83으로 원안보다 13.7% 높다. 사업비를 포함한 비용은 대안의 지출 규모가 더 크지만, 사업에 따른 편익도 원안 대비 3배가량 많아서 대안이 훨씬 남는 장사라는 게 요지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안’ 종점인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 모습. 연합뉴스

사업비 측면에서 보면 원안이 2조498억원, 대안노선은 2조1098억원으로 책정됐다. 대안이 원안에 비해 총연장이 2㎞ 더 길고, 교량과 터널도 더 많이 필요한 탓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시설과 달리 교량·터널의 총 길이는 대안이 더 짧고, 지형 여건도 양호해 사업비는 600억원가량만 늘어난다.

교통량은 원안 대비 대안이 약 6000대가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주변 교통량 분산 측면에서도 원안은 국도 6호선(용담대교∼양평IC)과 국지도88호선(퇴촌광동)의 차량을 5500여대 감소하는 효과가 있지만, 대안은 9000대 이상 교통량을 감축할 것으로 예상됐다.

원안과 대안의 사업비 격차는 600억원이었지만, 교통량의 차이가 작용하면서 비용 격차는 521억원으로 줄었다. 비용은 현재 가치로 환산한 사업비에 개통 후 30년간 유지 관리비를 합친 금액이다. 편익은 여기에 통행시간과 차량운행 비용, 교통사고 비용, 환경 비용 절감 등을 반영했다. 원안은 1조688억원, 대안은 1조2541억원으로 계산됐다.

이번 경제성 분석은 종점 변경에 따른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시점 구간을 통일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을 당시의 원안은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시작 지점이 서울이다. 이대로 시점구간을 설정할 경우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왕복 8차선 규모의 기존 도로(감일남로, 위례성대로)를 18차선으로 확장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차선 확장 과정에서 주변 아파트와 상가 일부의 철거가 불가피하고, 그 보상비만으로 60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상황”이라며 “원안의 시점구간은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고, 만약 추진이 가능하다고 해도 원안의 B/C값은 훨씬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당초 국토부가 야당에 설명했던 원안과 대안의 사업비 격차가 140억원이었는데, 이번 경제성 분석에서 600억원으로 벌어진 것도 시점구간 변경에 따른 차이라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2008년부터 경기도와 양평군 등을 주축으로 필요성이 제기됐고, 2017년 국토부의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포함되면서 공식적으로 추진 논의가 시작됐다. 2019년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이후 올해 타당성 조사와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진행하는 단계였다.

지난 5월 예비타당성 조사에 담긴 원안 외에 종점을 강상면으로 바꾼 대안이 복수로 추진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강상면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선산과 토지가 있어 종점을 바꿨다는 주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정쟁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지난 7월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고, 이후 주민 의견 수렴 등 사업 절차가 중단된 상태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앞줄 가운데)이 지난 8월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재개 범국민대책위원회에게 ‘강하IC가 포함된 고속도로 건설을 촉구하는 양평 군민들의 서명부’를 받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양서면 종점인 원안보다 강상면 종점의 대안 노선이 더 경제성이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토부와 용역업체는 이번 B/C 분석값을 내놓기 전부터 “원안대로 종점을 양서면으로 내면 불합리한 면들이 있어 대안을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해왔다.

경기 광주 남종IC를 지난 이후 종점까지 양평을 지나는 15㎞ 구간에는 나들목(IC)이 없어 양평 주민들의 진출입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상수원보호구역·생태자연보호구역 등을 관통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양서면 종점은 양서면 청계리를 지나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로 연결되는데, 이 구간은 40m가량 높이의 교량이다. 분기점을 만들 순 있지만 기술적으로 까다롭고, 주거지 인근에 고가도로가 들어서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국토부는 대안이 이런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정성적 평가일뿐 정량적인 수치가 아니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이번에 B/C 분석값을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