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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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쉬는 날에도… 응급환자 살리고 불 끈 ‘영웅’들

방성관 소방장·이주영 소방사 미담 ‘화제’

휴가와 쉬는 날 마주한 응급환자와 화재에 적극적인 대처로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불을 끈 소방관들이 사연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5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경남 거제소방서 남부119안전센터 소속 방성관 소방장은 휴가 기간인 지난달 11일 오후 8시30분 김해공항을 출발해 태국 방콕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위급한 상황의 태국 국적 50대 남성 A씨에게 응급 처치를 해 무사히 현지 의료진에게 인계했다. 방 소방장은 가족 여행차 태국으로 향하던 길이었다고 한다.

방성관 소방장. 경남 거제소방서 제공

당시 비행기가 이륙한 지 약 1시간30분이 흘렀을 즈음 갑자기 태국인 A씨가 복통과 가슴 통증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승무원들이 기내 방송을 통해 의료진을 찾자 방 소방장은 자신이 13년차 구급대원임을 밝힌 뒤 A씨의 활력 징후를 측정했다. 그 결과 혈압이 220까지 올라갔으며 맥박도 1분당 100회를 훌쩍 넘은 상태가 유지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A씨의 의식이 희미해지자 방 소방장은 기내에 배치된 산소를 투여하며 응급 처치를 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동심장충격기(AED) 패드를 붙이고 방콕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상태를 계속 체크했다. 다행히 A씨는 약 3시간여 뒤 비행기가 방콕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현지 의료진에게 인계됐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26일 당시 비행기에 탔던 한 승객이 국민권익위원회에 방 소방장의 대처 상황을 담은 칭찬 글을 올리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전북에선 쉬는 날 화재를 목격한 소방관이 초기 진화에 나서 큰 피해를 막은 일이 있었다. 전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정오쯤 완주군 용진읍의 한 비닐하우스 인근을 지나던 완주소방서 소속 이주영 소방사가 119에 신고하고 곧장 그쪽으로 달려가 진화 작업에 나섰다. 이 소방사는 휴일에 운동을 마치고 주변을 지나가고 있었다고 한다.

 

건조한 날씨에 비닐하우스에서 시작된

이주영 소방사. 전북소방본부 제공

불은 인접한 카센터를 덮칠 기세로 맹렬히 뻗어져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카센터 내부에는 각종 오일 등 인화물질이 있어 불길이 번지면 대형 화재로 확산할 우려가 컸다. 이 소방사는 카센터 직원들이 든 살수차 호스를 발견하고는 신분을 밝힌 뒤 진화 장비를 넘겨받아 대신 물줄기를 쐈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이 소방사 등이 차분하게 대처한 덕에 불은 더 번지지 않았고, 곧이어 도착한 소방관들에 의해 1시간50분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비닐하우스 내부에 보관하던 목제관과 수의 등 장례용품이 타 80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 소방사는 “화재 현장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며 “더 큰 피해로 번지지 않아 안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몸이 먼저 반응했는데, 소방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