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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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노선이 더 우수”… 양평고속道 정부 경제성 분석 살펴보니

국토부 ‘비용 대비 편익’ 측정 공개
사업 재개·최종 노선 등 논란 지속

2㎞ 짧은 ‘원안’ 사업비 2조498억원
‘대안’은 교량·터널 많지만 길이 짧아
편익은 3배가량 많아 ‘더 남는 장사’
9000대 이상 교통량 감축 효과 예상

당정선 전문가 참여 기구서 검증 입장
“검증위 구성 요청했지만 野 묵묵부답”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이 노선 변경 의혹에 휩싸여 표류 중인 가운데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 때의 원안(양서면 종점)보다 대안 노선(강상면 종점)의 경제성이 더 우수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사업비는 대안이 600억원가량 더 들지만, 통행시간과 차량운행비용, 환경비용 절감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편익은 1800여억원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대안 노선을 제안한 업체(동해종합기술공사, 경동엔지니어링)가 진행한 이번 분석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사업 재개 및 최종 노선 선정을 놓고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경제성 분석을 위해 원안과 대안의 비용 대비 편익(B/C)을 측정한 결과, 원안과 대안의 B/C값이 각각 0.73, 0.83으로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B/C는 해당 사업과 운영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과 사업을 통해 얻게 되는 편익의 양을 비교한 것으로,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경제성이 높다는 의미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타를 통과한 원안 노선의 종점인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일대 모습(위), 대안 노선 종점으로 알려진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 모습. 연합뉴스

경제성 분석 결과, 원안의 사업비는 2조498억원, 대안은 2조1098억원 수준으로 대안이 600억원 더 들어가는 것으로 측정됐다. 하지만 교통량은 원안보다 대안이 하루 평균 6000대가량 더 많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최종적인 편익도 대안이 원안보다 1853억원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당시 통과된 예비타당성 조사의 노선 원안은 최초 시점이 서울에서부터 바로 연결되는 조건이었다. 이번 경제성 분석에서는 종점 구간 조정에 따른 B/C값을 비교하기 위해 원안의 시점 구간은 대안과 동일하게 수도권 제1순환선 감일JCT로 조정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번 분석 결과를 국회에 제출해 여야 간 논의를 거쳐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재개 문제를 공식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동일한 시점 구간, 기준을 적용해 분석했다”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해소하고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제3의 전문가 검증을 국회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이날 발표에 대해 “대안과 차이를 억지로 만들기 위해 원안의 B/C값을 의도적으로 낮춘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며 “발표 시점, 내용 등 오히려 의문들이 더 가중되는 발표”라고 비판했다.

교통량 예측 분석 시연 박상훈 경동엔지니어링 이사가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안 노선의 비용 대비 편익(B/C) 분석 결과 브리핑에 앞서 교통량 예측 분석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안이 사업비 600억 더 들지만, 하루 교통량 6000대 많아”

 

정부는 5일 노선 변경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해 원안(양서면 종점)보다 대안(강상면 종점)의 경제성이 우월하다는 내용의 경제성 분석 결과를 내놨다. 사업 절차가 중단된 채 표류해 온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취지지만, 이번 경제성 분석 결과를 놓고도 정치권의 대치 전선만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경제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안의 비용 대비 편익(B/C)값은 0.83으로 원안보다 13.7% 높다. 사업비를 포함한 비용은 대안의 지출 규모가 더 크지만, 사업에 따른 편익도 원안 대비 3배가량 많아서 대안이 훨씬 남는 장사라는 게 요지다.

 

사업비 측면에서 보면 원안이 2조498억원, 대안노선은 2조1098억원으로 책정됐다. 대안이 원안에 비해 총연장이 2㎞ 더 길고, 교량과 터널도 더 많이 필요한 탓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시설과 달리 교량·터널의 총 길이는 대안이 더 짧고, 지형 여건도 양호해 사업비는 600억원가량만 늘어난다.

 

교통량은 원안 대비 대안이 약 6000대가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주변 교통량 분산 측면에서도 원안은 국도 6호선(용담대교∼양평IC)과 국지도88호선(퇴촌광동)의 차량을 5500여대 감소하는 효과가 있지만, 대안은 9000대 이상 교통량을 감축할 것으로 예상됐다.

원안과 대안의 사업비 격차는 600억원이었지만, 교통량의 차이가 작용하면서 비용 격차는 521억원으로 줄었다. 비용은 현재 가치로 환산한 사업비에 개통 후 30년간 유지 관리비를 합친 금액이다. 편익은 여기에 통행시간과 차량운행 비용, 교통사고 비용, 환경 비용 절감 등을 반영했다. 원안은 1조688억원, 대안은 1조2541억원으로 계산됐다.

 

이번 경제성 분석은 종점 변경에 따른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시점 구간을 통일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2021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을 당시의 원안은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시작 지점이 서울이다. 이대로 시점구간을 설정할 경우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왕복 8차선 규모의 기존 도로(감일남로, 위례성대로)를 18차선으로 확장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차선 확장 과정에서 주변 아파트와 상가 일부의 철거가 불가피하고, 그 보상비만으로 60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상황”이라며 “원안의 시점구간은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고, 만약 추진이 가능하다고 해도 원안의 B/C값은 훨씬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당초 국토부가 야당에 설명했던 원안과 대안의 사업비 격차가 140억원이었는데, 이번 경제성 분석에서 600억원으로 벌어진 것도 시점구간 변경에 따른 차이라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2008년부터 경기도와 양평군 등을 주축으로 필요성이 제기됐고, 2017년 국토부의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포함되면서 공식적으로 추진 논의가 시작됐다.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이후 올해 타당성조사와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진행하는 단계였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예비타당성조사에 담긴 원안 외에 종점을 강상면으로 바꾼 대안이 복수로 추진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강상면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선산과 토지가 있어 종점을 바꿨다는 주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정쟁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지난 7월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고, 이후 주민 의견 수렴 등 사업 절차가 중단된 상태였다.

 

국토부와 용역업체는 대안 추진 배경과 관련해 원안이 갖고 있는 불합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선 변경을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해 왔다.

 

경기 광주시 남종IC를 지난 이후 종점까지 양평을 지나는 15㎞ 구간에는 나들목(IC)이 없어 양평 주민들의 진출입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상수원보호구역·생태자연보호구역 등을 관통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양서면 종점은 양서면 청계리를 지나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로 연결되는데, 이 구간은 40m가량 높이의 교량이다. 분기점을 만들 순 있지만 기술적으로 까다롭고, 주거지 인근에 고가도로가 들어서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국토부는 이번 B/C 분석 결과는 검토 중인 대안을 기준으로 산출한 값이므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최적 노선이 결정된 이후 경제성 분석을 다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훈 경동엔지니어링 이사가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안노선(강상면 종점) 비용-편익(B/C) 분석 결과 브리핑에 앞서 교통량 예측분석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 “원안·대안 종점 거리 차로 3분 걸려… 교통량 22% 폭증할 수 있는지 검증 필요”

 

국토교통부는 5일 원안(양서면 종점)과 대안(강상면 종점) 노선에 대한 비용 대비 편익(B/C) 분석 결과를 공개하면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재개를 위한 국회 검증 기구 구성을 요청했다. 그러나 검증 절차를 둘러싸고 자료 제출 범위, 전문가 선정 등에 대한 여야 이견이 클 것으로 보여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 국토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토부 발표 내용 중 대안 노선의 B/C 분석에 반영된 교통량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원안과 대안의 종점은 차로 불과 3분 거리”라며 “직선 3분 거리로 교통량이 22%(약 6000대)나 폭증할 수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두 달이 넘도록 자료도 주지 않고 아무런 검증도 못하게 하다가 이제서야 용역사에서 B/C 분석 자료를 받아 결과만 부랴부랴 내놨다. 이런 검증 없는 결과는 신뢰할 수 없다”며 “국토부는 지금이라도 B/C 분석 세부자료에 대한 국회 자료 요구에 즉각 응하고 B/C 분석에 대해 검증을 받아라”라고 했다.

 

다만 국회 차원의 검증 기구 구성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그간 국토부가 자료 제출을 미뤄오다가 국감을 코앞에 두고 분석 결과를 발표한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일단 자료부터 받은 뒤에 (검증 기구 관련)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여당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구를 통해 원안·대안 노선을 검증하자는 입장이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이날 “그간 노선 전문가 검증위원회 구성을 요청했는데 민주당이 묵묵부답”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국회 검증 기구만 꾸려지면 “결과에 자신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용욱 국토부 도로국장은 “야당이 설계사와 용역에 대해 불신이 있는 만큼 제3자를 통해 검증하면 된다는 생각이고, 국정감사에서 그 방식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검증 기구 구성에 본격적인 논의는 오는 10일 국토부 국정감사를 통해서야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사안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이 큰 탓에 조속한 검증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박세준·김승환·유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