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어려움을 강조해서 보여주는 일부 TV 예능 프로그램이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부추겨 저출산 극복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혼·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대안도 나왔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5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에서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변화와 미디어의 역할’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발제자로 나선 유재은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은 채널A 예능 프로그램인 ‘요즘육아-금쪽같은 내 새끼’ 사례를 들며 “미디어에 결혼·출산에 대한 부정적 메시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프로그램은 문제 아이들의 행동과 의뢰인의 육아를 관찰한 뒤, 정신과 전문의인 오은영 박사의 조언을 듣고 해결하는 과정을 담는다.
전문가들은 육아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이 같은 방송이 시청자들에게 ‘나에게 육아는 무리’, ‘아이를 키우는 건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들며, 사회는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위원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공포를 줄이기 위해 미디어의 부정적 메시지는 줄이고 긍정적 메시지를 자주 노출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결혼·육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이기 위해 가족친화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장기적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백혜진 한양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결혼, 출산,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사회 규범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캠페인을 추진해야 한다”며 “청소년, 미혼남녀, 신혼부부 등 타깃을 세분화하고 브랜드를 구축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개발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일도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원은 ‘생활 속 부모의 즐거움’을 다년간 광고한 미국의 출산·양육 공공광고 사례를 소개했다. 2013년부터 방송된 이 공공광고는 미국 전역에 242억회 이상 노출됐다.
최 연구원은 “대중매체를 활용해 정책메시지에 대한 지속적·다각적인 장기 광고캠페인이 진행돼야 공중의 이해와 태도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며 “방송콘텐츠에 협찬을 통해 ‘자녀와 어울려 행복한 순간’을 노출함으로써 긍정적 이미지를 확산하고 간접 경험 기회를 반복적으로 시청자에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실과 동떨어진 억지스러운 광고는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백 교수는 “현재 사회규범과 역행하는 캠페인은 저항과 정부에 대한 반감, 외면과 냉담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도 “정부가 결혼에 대한 선택권을 제어한다는 인식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위해 결혼과 출산을 하는 것이 더 좋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간담회에서는 결혼·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한 미디어 사례로 KCC건설 아파트 브랜드 스위첸의 광고 ‘문명의 충돌’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 광고는 육아와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현실적이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내 주목받았다. 광고를 만든 이노션의 김세희 디렉터가 광고의 콘셉트와 제작 과정 등을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