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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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바람이 되어'… 아웅산 순국선열 40주기 맞아

9일 오후 서울현충원에서 추모식 열려
보훈부 주관… "순국선열 꼭 기억해야"

9일은 북한이 저지른 아웅산 테러로 우리 외교사절 17명이 순국한 지 꼭 40년이 되는 날이다.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국가보훈부 주관으로 이들의 40주기 추모식이 열린다. 

 

8일 보훈부에 따르면 추모식은 9일 오후 2시 서울현충원 국가유공자 제1묘역에서 거행된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이 추모사를 한다. 고인들을 기리는 뜻에서 비올라와 첼로의 협주로 ‘천 개의 바람이 되어’(A Thousand winds)를 연주한다.

 

경기 파주 임진각 입구에 세워진 아웅산 순국 외교사절 위령탑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아웅산 테러는 1983년 10월 9일 버마(현 미얀마) 랭군(현 양곤)에 있는 아웅산 묘소에서 벌어졌다. 아웅산(1915∼1947)은 미얀마의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인, 군인으로 오늘날 미얀마의 국부로 여겨진다. 다만 그는 미얀마가 1948년 영국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독립국이 되기 한 해 전에 암살당했다. 아웅산 묘소는 우리 국립현충원에 해당하는 곳으로 미얀마를 찾은 외국 정상들의 참배가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당시 서남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6개국 순방에 나선 전두환 대통령 일행은 가장 먼저 버마를 방문했다. 첫 일정으로 잡힌 아웅산 묘소 참배를 위해 10월 9일 아침 대통령 수행원와 경호원, 취재기자, 주(駐)버마 대사관 관계자 등이 먼저 묘소에 도착해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전 대통령이 탄 의전 차량이 묘역에 진입하기 직전인 오전 10시 25분 갑자기 폭탄이 터지며 건물 지붕이 무너져 내려앉았다.

 

전 대통령은 화를 피했으나 서석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장관, 이범석 외무부(현 외교부) 장관, 김동휘 상공부(현 산업통산자원부) 장관, 서상철 동력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이계철 주버마 대사 등 공식 수행원과 취재진 총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경상을 입고 치료를 받은 사람도 이기백 합참의장 등 14명에 달했다.

 

2013년 10월 9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국가유공자 제1묘역에서 외교부 주관으로 제30주기 아웅산 순국 외교사절 묘소 참배 행사가 열려 외교부 간부들이 묵념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순방 일정은 취소됐고 전 대통령은 곧장 귀국했다. 버마 당국은 수사에 착수해 북한 공작원들의 소행임을 밝혀냈다. 폭탄 테러를 주도한 일당 3명 중 1명(신기철)은 검거 과정에서 사살됐다. 2명은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으며 그중 1명(김진수)은 이듬해인 1984년 사형이 집행됐다. 나머지 1명(강민철)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2008년 교도소에서 병으로 죽었다. 버마 수사당국은 이들 3명이 모두 북한군 현역 장교 신분이라고 밝혔으나, 북한은 “우리 국민이 아니다”라며 연관성 자체를 부인했다. 북한은 지금도 아웅산 테러에 대해선 나 몰라라 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숨진 우리 외교사절들은 국가유공자로 인정됐다. 테러 발생 이틀 후인 1983년 10월 11일 항공편으로 국내로 운구됐다. 10월 13일 합동 영결식이 엄수됐고 서울현충원 국가유공자 제1묘역 8∼24호에 안장됐다.

 

앞서 순국 30주기인 2013년에는 외교부 주관으로 추모 행사가 열렸다. 보훈부가 주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40주기를 맞아 이 사건의 의미를 되새기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제대로 기억하고 추모하자는 의미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