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이 이스라엘 국기 색깔로 물들었다. 반(反)이스라엘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이스라엘은 유럽연합(EU)을 이끄는 경제대국 독일의 지원을 간절히 바라는 모습이다.
7일(현지시간) 론 프로서 주(駐)독일 이스라엘 대사는 dp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안보는 독일이라는 국가의 존재 이유 가운데 일부”라며 “앞으로 며칠 또는 몇 주일 동안 우리는 독일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관련해 국제적 차원에서 지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마스의 선제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만큼 국제사회 여론이 이스라엘에 유리하게 전개되게끔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EU의 핵심이자 세계적 경제대국인 독일의 도움이 필수적이란 뜻이다.
이번 무력충돌로 이스라엘이 입은 인명피해는 사망자만 300명 이상이고 부상자는 2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은 전쟁 중”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프로서 대사 역시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쟁 중”(We are at war)이라며 “이스라엘은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일단 독일은 이스라엘의 기대에 철저히 부응하는 모습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에서 끔찍한 소식을 들었다”면서 “독일은 하마스의 공격을 비난하며 이스라엘 편에 서 있다”고 밝혔다. 독일 수도 베를린의 랜드마크인 브란덴부르크 문은 이날 밤 이스라엘 국기를 상징하는 흰색과 파란색 빛으로 물들었다.
하마스 지지자 일부가 이번 공격의 성과를 축하하기 위해 베를린 거리로 나선 가운데 독일 정부는 유대인과 이스라엘 기관에 대한 경찰의 보호 조치도 강화하고 나섰다. 보호 대상은 유대인 사원과 학교,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의 희생을 추모하는 기념물 등이다.
독일은 과거 히틀러의 나치가 집권하던 시절 유대인을 학살한 흑역사가 있다. 나치 독일은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이래 전쟁이 끝날 때까지 점령지 곳곳에서 유대인들을 참혹하게 살해했다. 전쟁이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유대인들은 강제수용소에 보내져 수감 생활을 하다가 가스실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로 2차대전 기간 약 600만명의 유대인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독일은 그간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해왔다. 독일 정부는 2022년 9월 전 세계 홀로코스트 피해자에게 총 13억유로(약 1조8000억원)를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숄츠 총리는 “이 돈으로 우리의 무거운 책임을 청산할 수는 없다”면서도 “도덕적 실패에 책임을 지려는 시도이자 노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