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박소란의시읽는마음]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황인찬

용수는 내 친구, 어릴 적에 자주 놀았다
골목에 온종일 나와 있었다


주말 아침에도 용수가 있었고
저녁의 귀갓길에도 용수가 있었다


용수를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잠자리도 잡고 돌도 던졌다


여우비 맞으며 술래잡기하던 날,
나는 용수가 나를 찾지 못했으면 해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후로 용수를 다시 볼 수 없었고
지금도 맑은 날에 비가 내리면 그때가 떠오른다


누가 내게 첫사랑에 대해 물으면
나는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술래잡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랜 술래 “용수”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는 용수가 나를 찾지 못했으면 해서 집으로 돌아갔다”와 “그후로 용수를 다시 볼 수 없었고” 사이 너무 많은 이야기가 생략되어 있음을 안다.

 

사랑에 대해서라면, 꼭 첫사랑이 아니라 해도, 우리는 대체로 아이처럼 서툴다. 순간의 미숙한 감정, 이해, 결심 등으로 대번에 큰 실수를 저지른다. 후회하리라 어렴풋이 짐작하면서도 그만 혼자만의 “집”으로 돌아가버린다. 그리고 어두운 방에 웅크려 오래 생각하는 것이다. 염려와 기대를 한데 품고서. 그는 아직 비 내리는 골목을 헤매고 있을까. 나를 찾고 있을까.

 

알 수 없다. 문을 박차고 다시금 황급히 골목으로 향한다 해도 그의 행방은 영영 알 수 없는 것이다.


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