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마지막 휴일인 9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한 표만 더’라는 마음가짐으로 강서구 곳곳을 누볐다. 양당 모두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에 “우리 지지층이 결집한 것”이라며 아전인수 격 해석을 내놨다. 그렇지만 여야 모두 본 투표일까지 안심할 수 없다며 총력전을 펼쳤다. 유권자들은 ‘힘 있는 여당 후보를 지원해 줘야 한다’는 의견과 ‘이제는 여당에 경고장을 보여 줘야 한다’는 시각으로 나뉘었다.
여당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유권자들은 대부분 지역 발전을 이유로 꼽았다. 염창동에 사는 50대 남성 김모씨는 “국민의힘 승리 후 재개발·재건축에 속도가 붙었다”며 “뭐라도 바꿔 보려면 여당 후보에게 힘을 싣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공항동에서 만난 30대 남성 김모씨는 “김(태우) 후보가 구청장이 된 뒤 건설폐기물처리장이 이전되는 등 불편한 점이 해결됐다”고 말했다. 가양동에 거주한다고 밝힌 김모씨(62)도 “강서구는 입지가 매우 좋지만 힘 있는 정치인이 없어 여전히 낙후된 지역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번 투표를 계기로 ‘정권 견제’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마곡나루역 인근에서 만난 30대 여성 박모씨는 “자신 때문에 치러지는 보궐선거인데 다시 나오는 것도 황당하고, 죗값을 다 치르지 않은 것도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산역 부근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윤 대통령에게 경고장을 줘야 한다”며 “살기가 너무 퍽퍽하다”고 했다. 등촌동 주민 최모씨(31)는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동네에선 정권 심판 여론이 강하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만난 유권자 대부분은 노골적으로 정치 불신을 드러냈다. 방화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지금까지 투표를 안 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안 하려 한다”며 “너무 싸우기만 해서 별로 기대가 안 된다”고 말했다. 등촌동에서 공인중개사업을 하는 50대 남성 김모씨는 “윤 대통령도 그렇고 여당 후보도 그렇다”면서도 “민주당이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발산역 부근에서 만난 30대 남성은 “정당보다는 후보만 보고 뽑을 생각”이라며 “본투표까지 더 고민할 것”이라고 답했다.
양당 지도부는 이날 총출동, 한 표를 호소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포함한 여당 지도부는 이날 가양동 부근 공암나루근린공원에서 유권자들을 만나 “대통령과 핫라인이 개통된 후보자를 뽑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구청장은 주민 삶을 바꾸는 능력 있는 사람이나 힘 있는 사람이냐를 선택하는 자리지 야당 대표 심부름하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다”라며 “투표를 하지 않으신 분들은 한번 바꿔 보자는 뜨거운 마음이 이어지도록 힘 있는 여당 후보 김태우를 선택해 달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과 이철규 사무총장도 지원 유세에 합류했다. 김태우 후보는 세계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끝까지 한 표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히면서 “정권심판과 정권교체는 강서구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도부가 총출동, 정권심판론을 내걸며 세결집에 나섰다. 이날 퇴원해 자택에서 회복 치료에 나서겠다고 밝힌 이재명 대표도 발산역 인근 광장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 합류했다. 마이크를 잡은 이 대표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라를 구한 것은 언제나 백성이고 국민이다. 지금도 국민이 나설 때”라며 “국민을 주권자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대상으로 여기고 업수이 여기면 어떤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여러분이 직접 행동으로 증명해달라”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진교훈 후보 승리는 윤석열 검찰독재는 막고, 무너지는 민주주의는 다시 세우는 일“이라고 주장했고, 박찬대 최고위원은 “무도한 윤석열정권을 심판하는데 전사가 되어달라”고 호소했다. 진 후보는 이날 세계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할 수 있는 최대한 해보는 것이 최선”이라며 “유권자들을 더 많이 만나러 다니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