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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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정부 마통’된 한은… 정부, 세수 부족에 113조원 빌려

13년래 최대… 코로나 때보다 많아
사실상 ‘정부 마통’… 대출·상환 반복
세수 부족에 급히 쓸 일 잦았던 듯

정부가 올해 들어 한국은행에서 총 113조여원을 빌려 쓴 뒤 갚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분기까지 정부의 대출금 이자액은 1500억원에 육박했다.

9일 한은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 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해 간 누적 금액은 총 11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전산화된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으로, 지난해 전체 누적 대출액(34조2000억원)의 약 3.32배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정부 지출이 늘었던 2020년 누적 대출액(102조9130억원)도 넘어섰다.

대출금이 늘면서 대정부 일시 대출금 이자액은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1497억원에 이른다. 전년 동기(274억원)와 비교했을 땐 5배 넘게 뛰었으며, 2020년 1∼3분기(462억원)와 비교해도 3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 제도란 정부가 일시적으로 자금 부족을 겪을 때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정한 한도 및 상환 기한 등 일정 조건 내에서 이뤄지는 대출을 의미한다. 개인이 시중은행으로부터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을 만들어 놓고 필요할 때 돈을 빌려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진=연합뉴스

금통위는 일시 대출의 부대조건으로 ‘정부는 일시적 부족 자금을 국고금 관리법에 따라 한은으로부터 차입하기에 앞서 재정증권의 발행을 통해 조달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한은으로부터 일시 차입이 기조적인 부족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등의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올해 대정부 일시 대출금 한도는 △통합계정 40조원 △양곡관리특별회계 2조원 △공공자금관리기금 8조원 등 최대 50조원이다. 정부는 일시 대출금 잔액이 50조원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빌리고 갚기를 반복해 왔다. 지난달 말 기준 정부의 한은에 대한 일시 대출 잔액은 0원으로 모두 상환한 상태다.

올해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 규모를 크게 늘린 것은 그만큼 돈을 투입할 곳(세출)에 비해 걷힌 세금(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급히 끌어 쓴 일이 잦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정부의 총수입(353조4000억원)에서 총지출(391조2000억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월 말 기준 37조9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