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럽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수 중 하나로 꼽혔던 ‘게으른 천재’ 에덴 아자르(벨기에)가 유니폼을 벗는다.
아자르는 10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적기에 그만둘 수 있도록 마음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16년간 700경기가 넘게 뛰었는데, 이제 프로 선수로서 내 경력을 끝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난 운이 좋았다. 훌륭한 감독, 코치, 동료들을 만났다. 모두 감사드린다. 항상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자르는 그가 유니폼을 입었던 구단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전했다. 아자르는 “LOSC 릴(프랑스), 첼시(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그리고 벨기에 대표팀에 날 뽑아준 벨기에축구협회에도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2008년 처음으로 벨기에 성인 대표팀에 선발된 그는 ‘황금세대’의 주축으로 팀을 이끌었다. 케빈 더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 로멜루 루카쿠(AS 로마), 티보 쿠르투아(레알마드리드) 등 공격, 수비, 미드필더, 골키퍼까지 거의 모든 포지션에서 세계 정상급선수들이 자라났다. 이들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8강에 올랐고, 2015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에 도달하기도 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4강까지 도달했지만 프랑스에 패배해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아자르는 대표팀에서 126경기에 출전, 33골을 넣었다.
소속팀에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소속으로 뛴 2012∼2019년이 황금기로 꼽힌다. EPL의 ‘왕(KING)’ 자리를 꿰찬 시기다. 첼시 유니폼을 입고 총 352경기 동안 110골을 몰아치며 핵심 공격수로 활약했다. 이때의 아자르는 본 포지션인 윙어를 포함해 공격형 미드필더와 중앙 공격수까지 소화할 정도로 전방 곳곳을 누볐다. 이 기간 아자르는 EPL과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를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리그컵도 한 차례씩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아자르의 재능을 높게 평가한 스페인의 ‘거함’ 레알 마드리드가 2019년 1억 유로(약 1427억원)가 넘는 이적료로 써서 아자르를 데려왔으나, 이후에는 그의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매시즌 부상을 달고 살았고, 햄버거 등을 가까이 하며 살이 쪄 몸 관리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첩했던 운동 능력도 확연히 줄었다. 구단에서 설 자리가 좁아지면서 중용 받지 못한 아자르는 지난 2022∼2023시즌을 끝으로 레알 마드리드를 떠났고, 다른 소속팀도 구하지 못하고 끝내 은퇴를 결정했다. 2010년대 EPL과 첼시를 좋아했던 팬들의 한 추억이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