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무려 4번이나 전쟁을 치렀던 오랜 앙숙 시리아가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와 무력 충돌을 빚고 있는 이스라엘을 향해 공격을 가하며 이 지역 충돌 양상이 급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하마스 충돌 직후 먼저 이스라엘 북부를 로켓포로 공격했던 레바논에 이어 시리아까지 무력 충돌에 가세하며 가자지구에서 시작된 갈등이 시아파 이슬람 국가들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스라엘군의 발표를 AFP통신 등이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시리아는 이날 이스라엘과 오랜 영토분쟁을 겪어온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점령지역을 향해 박격포탄을 발사했다. 충돌 발발 이후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 교전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로써 이미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하며 하마스 지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레바논에 이어 시리아도 이·하마스 충돌의 일부가 됐다.
공교롭게도 시리아와 레바논은 이란, 이라크와 함께 중동지역에서 ‘시아파 벨트’를 형성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만약 무력충돌의 배후로 지속적으로 지목되고 있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까지 전쟁에 개입할 경우 이스라엘과 시아파 벨트의 전면 충돌로 확전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이란이 이번 충돌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이란의 최고지도자(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하마스 공격 배후설을 공식 부인한 것이 이런 의도의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시리아의 공격이 골란고원을 향해 이루어졌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스라엘과 시리아는 양국 국경 지대에 위치한 골란고원을 두고 네 차례 전쟁을 벌였고, 현재 골란고원 3분의 2는 이스라엘이, 나머지는 시리아가 점유하고 있다. 유엔은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점령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시리아가 이 지역 군사요충지인 골란고원을 차지할 경우 이란 등도 군대와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면서 골란고원 수호에 사활을 걸어 왔다. 이에 따라 이번 하마스와 무력 충돌을 계기로 골란고원이 또 ‘중동의 화약고’로 부각될 가능성이 대두했다.
충돌이 닷새째로 접어들며 사망자가 2000명이 넘어섰고, 이 숫자는 시시각각으로 늘어나는 중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경을 시찰하며 “우리는 공중에서 공격을 시작했고, 앞으로 지상에서도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며 지상군 투입을 언급했다. 그는 대하마스 작전에 자국군에 어떠한 제한 사항도 걸지 않을 것이라며 무차별 공격을 예고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벌어진 끔찍한 참상도 속속 드러나는 중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7일 하마스가 공격을 개시한 이후 이스라엘의 크파르 아자 키부츠(집단농장)에서 아기를 포함해 온 가족이 침실 등 집 안에서 총에 맞아 몰살된 사례가 군 수색 과정에서 잇따라 확인됐다고 10일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발견된 아기 시신만 40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일부 어린이는 참수됐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아기들과 엄마, 아빠들이 그들의 침실과 대피실에서 어떻게 테러리스트들에게 살해됐는지를 보라”면서 “이것은 전쟁이 아니다. 이것은 전쟁터가 아니다. 이것은 대학살이다”라고 분노했다.
또한 이스라엘군은 AFP통신에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100명 이상의 민간인이 하마스에 학살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