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숭례문·낙산사 등이 화재로 전소됐지만 여전히 전국 135개 국가지정 목조문화재가 방재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초기대응에 실패할 경우 전소 위험이 높아 방재시설이 필수적인 목조문화재들이 화재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대구북구을)이 11일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가지정 목조문화재 방재시설 설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방재시설(소화시설·경보시설·방범설비)이 완비되지 않은 국가지정 목조문화재가 135개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해까지 모든 국가지정 목조문화재에 방재시설을 100% 설치하고, 2014년까지 석조·동산 등 다른 문화재로 첨단 방재시설을 확대해나가겠다고 2019년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국가지정 목조문화재 522개 가운데 보물인 구례 천은사 일주문, 문경 봉암사 봉황문 등 12개는 방재시설을 하나도 갖추지 않았다.
한 가지 종류의 방재시설만 설치된 문화재는 26개, 두 가지 종류의 방재시설만 설치된 문화재는 97개에 달한다. 가장 기본적인 소화설비인 소화전과 호스릴, 방수총조차 갖추지 않은 문화재는 34개, 폐쇄회로(CC)TV가 없는 문화재도 55개였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화재로 인한 문화재 피해 발생 건수는 △2013년 4건 △2014년 2건 △2015년 2건 △2016년 1건 △2017년 2건 △2018년 1건 △2019년 1건 △2020년 1건 △2021년 6건 △2022년 6건 △2023년 5건으로 총 31건이다.
그보다 앞선 2005년 4월에는 강원 양양 산불로 낙산사가 전소됐고, 2008년 2월에는 방화로 국보 1호 숭례문이 전소됐다. 2009년 12월에는 여수 향일암 대웅전이 전소되는 등 화재로 인한 문화재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숭례문 복원에 투입된 비용만 250억원에 달했다.
또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목조문화재 223개 중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문화재도 138개(국유 1개, 사유 137개)로 보험 미가입률이 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 불국사와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뿐만 아니라 2012년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던 구례 화엄사 역시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2008년 숭례문 화재처럼 또다시 소중한 문화재를 잃는 일이 없도록 화재위험이 커지는 겨울철을 대비해 방재를 서둘러야 한다”며 “문화재가 훼손되면 막대한 복원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문화재청이 적극적으로 나서 보험 가입률을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