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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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허수봉이 OH가 아닌 MB로 뛴 이유는? 리시브가 아니라 공격 때문이었다

허수봉의 미들 블로커 출전은 리시브 문제가 아니라 공격이 더 적응되지 않아서였다. 현대캐피탈이 아흐메드 이크바이리(등록명 아흐메드) 영입으로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에서 뛰기 힘들어진 허수봉을 아웃사이드 히터가 아닌 미들 블로커로 활용했지만, 결과는 개막전 0-3 셧아웃 패배였다.

 

현대캐피탈은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남자부 개막전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0-3(25-27 22-25 23-25)로 완패했다.

 

현대캐피탈은 새 외국인 선수로 지난 시즌 삼성화재에서 뛰었던 아흐메드를 영입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허수봉은 아웃사이드 히터로 포지션을 바꿔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문제는 허수봉이 비 시즌간 내내 국가대표팀에 차출됐다는 점이다. 대표팀 주전 아포짓 역할을 맡았던 허수봉은 대표팀에선 아포짓만을 위한 훈련을 수행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마치고 소속팀에 돌아와서야 허수봉은 아웃사이드 히터를 위한 훈련을 할 수 있었다.

 

말이 쉽지 포지션을 일주일 만에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최태웅 감독은 허수봉을 이날 미들 블로커로 기용했다.

 

지난 시즌에도 종종 미들 블로커로 뛰기도 했기에 미들 블로커로 뛰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강력한 속공과 여자부에서나 볼 법한 외발 이동공격도 선보이며 공격으로 9점(64.29%)을 냈지만, 블로킹은 하나도 없었다. 서브 득점 1개 더해 10점으로 이날 경기를 마쳤다.

 

허수봉이 아웃사이드 히터가 아닌 미들 블로커로 뛰면서 비게 된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는 김선호를 비롯해 함형진, 이승준 등이 메웠지만, 대한항공을 넘기는 쉽지 않았다. 아흐메드는 이날 양팀 통틀어 30점을 몰아치며 매서운 공격력을 뽐냈지만, 1세트 24-24 듀스에서 연달아 블로킹을 당했다. 그 두 점이 이날 승부를 결정지은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아흐메드의 30점은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경기 뒤 최 감독은 “(허)수봉이를 아웃사이드 히터로 훈련을 시키면서 자체 연습경기를 해보니 리시브는 어느 정도 기대 이상으로 하는데, 공격 성공률이 낮더라. 그래서 당분간은 미들 블로커로 뛰게 할 생각이다. 아웃사이드 히터 훈련을 병행하면서 적응이 되면 왼쪽으로 보내겠다”라고 말했다.

 

아웃사이드 히터의 가장 큰 임무인 리시브가 잘 되지 않아 미들 블로커로 뛴 것으로 보였지만, 정작 문제는 공격이었다. 지난 시즌 국내 선수 통틀어 최고 수준의 공격력을 뽐낸 허수봉이지만, 아포짓 스파이커로 공격하는 것과 아웃사이드 히터로 공격하는 것은 스텝이나 타법, 공격 코스 등 모든 게 달라지기에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최 감독도 “스텝이나 이런 것도 왼쪽 공격수와 오른쪽 공격수는 아예 다르다. 적응 기간이 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