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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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증거수집’ 흥신소가 미행해 찍은 사진들 SNS 버젓이 게재

한 흥신소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영상. 인스타그램 캡처

 

식당이나 해변 등에서 몰래 찍힌 남녀 커플의 사진과 영상이 버젓이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고 있다.

 

흥신소나 심부름센터가 홍보를 위해 올린 게시물인데 초상권이나 사생활 침해 등 위법소지가 지적이 나온다.

 

16일 팔로워가 2만여명에 달하는 인스타그램 ‘XX흥신소’ 계정에는 ‘불륜의 메카 골프장’, ‘벚꽃놀이 추격전’, ‘모텔로 향하는 불륜 차량’ 등 제목의 영상이 수십개 올라왔다.

 

영상 속에선 남녀 커플이 손을 잡고 시장이나 마트를 걷거나 식당에서 식사하고 축제를 즐기는 모습 등이 담겼다.

 

이와 비슷한 계정에도 비슷한 영상들이 올라왔고 누리꾼들은 영상 속 인물들은 비난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

 

당사자 얼굴은 자막 등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옷, 가방 등 차림새와 식당 간판 등 주변 풍경은 고스란히 노출돼 지인들이라면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정도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나 초상권 침해 등 법에 저촉될 수 있어보인다.

 

의뢰인 배우자나 애인 등의 불륜, 외도 증거를 잡겠다며 누군가를 미행해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등의 흥신소 업무 자체가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흥신소는 고객의 의뢰를 받고 개인의 비행 등을 몰래 조사해 알려주는 업체로 지난 2020년 8월 신용정보법이 개정 시행되면서 신용정보 회사가 아니더라도 특정인의 소재나 연락처를 알아내는 탐정업을 할 수 있게됐다.

 

다만 탐정업이 법적으로 허용됐을 뿐 탐정의 업무 범위나 권한 등에 대한 규정은 없다. 대부분 자유업으로 등록해 영업중인 민간 업체일 뿐이고 주무 관청이 없다보니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들은 몇시간째 스마트폰을 설치해두고 영상을 촬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자유심증주의를 택하고 있어 민사소송법하에서는 증거능력 인정 또는 증거채택은 법원의 재량에 속해 흥신소가 촬영한 사진, 영상 등은 증거로 활용될 수있다.

 

다만 조상 방식은 위법 소지가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6년 소송에서 증거로 쓰기 위해 회원들의 사진을 찍은 배드민턴클럽 회장에 대해 “초상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그것이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졌다거나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유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했다.

 

탐정의 업무 범위나 권한 등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흥신소는 무리한 수단과 방법을 써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교제했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자 앙심을 품고 흥신소를 통해 집 주소를 알아낸 뒤 2021년 12월 피해자의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27) 사건이 대표적인데 주소지를 제공한 흥신소 업자 윤 모(39) 씨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러한 관리감독 부재로 인해 탐정업을 구체적으로 법제화해야 한단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일부 흥신소가 위법의 경계에서 영업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직업의식도 중요한 만큼 탐정업을 공인 자격으로 하는 등 양성화해서 사회적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