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고양이들은 모두 구조되었다.”
지난 주말 서울 은평구 한 빌라에서 일어난 화재는 고양이 실수(?)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16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9시15분쯤 서울 은평구 대조동 5층짜리 빌라 2층에서 불이 나 주민 12명이 대피했다. 화재 당시 집에 사람이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정수기와 가재도구 등이 불타 소방당국 추산 약 684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화재 원인은 고양이가 터치식 전기레인지(하이라이트)를 작동시킨 것으로 추정되며, 정확한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라는 게 소방당국 설명이었다. 고양이는 어떻게 됐을까. 은평소방서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모두 구조됐다”고 답했다.
올해 5월 부산에서도 비슷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는 보호자가 집을 비운 사이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20층짜리 오피스텔 17층에서 발생했다. 주민 50여명이 대피했으며,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세대 내부 벽면과 가재도구 등을 태워 약 311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당시에도 집 안에 홀로 있던 고양이가 전기레인지 전원을 눌러 불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묘를 키우는 가구가 늘어난 상황에서 고양이로 인한 화재가 종종 일어나고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0~2022년) 반려동물로 인한 화재 건수는 387건이었다. 다친 사람은 총 9명이며, 재산피해액은 약 14억원이다. 반려동물의 털, 배설물 등이 콘센트에 유입돼 누전으로 화재가 발생하거나 반려동물이 전선을 훼손해 합선이나 단선으로 불이 나기도 한다.
KB금융그룹이 6월에 발표한 ‘2023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개, 고양이, 거북이 등의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2022년 말 기준 552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5.7%다. 그 중 반려동물로 개를 기르는 가구는 71.4%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고양이를 기르는 가구가 27.1%였다. 반려견 가구는 2020년 조사결과 74.6%인 것에 비해 3.2% 감소한 반면 반려묘 가구는 25.2%에서 1.9% 증가한 수치다. 고양이를 기르는 가정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고양이는 높은 곳을 좋아하는 특성상 싱크대 주변을 돌아다니다 터치식 전기레인지 조작부를 건드려 불이 나는 경우가 생긴다. 반려묘에 의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반려묘를 두고 외출할 때는 전기레인지의 플러그를 뽑거나 보호 덮개를 사용해 조작 버튼을 누를 수 없게 해야 한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 중 작동 잠금 기능이 내장되어 있거나 전기 차단 장치가 있는 전기레인지를 사용하는 것도 예방법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