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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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기불황에… 울산도 ‘장발장 범죄’ 증가세

‘생계형 절도’ 2023년 9월까지 121건
2020년 55건서 가파르게 늘어나
전국 ‘10만원 이하 절도’ 5년새 3배

지난 6월 울산 동구의 한 동네슈퍼. 40대 A씨가 1200원짜리 캔커피를 훔치다 적발됐다. A씨의 캔커피 절도는 처음이 아니었다. 7차례나 동네마트에서 커피를 훔쳐 마셨다. 그는 교통사고로 뇌수술을 받은 뒤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정부에서 매달 6만원씩 주는 지원금과 공공근로사업으로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경기불황이 길어지면서 소액 절도 등 생계형 범죄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역에 비해 경기가 좋은 ‘6만불 소득도시’ 울산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울산 북구의 한 동네슈퍼에선 80대 B씨가 5000원짜리 샴푸를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20대에 사별했다. 편도암에 걸린 딸이 있었는데 출가해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경제활동을 할 수 없었던 그는 한 달에 35만원의 기초생활지원금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울산에선 소액 절도 사건 증가하면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의 심사대상과 감경 결정 인원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16일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55건이던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넘겨진 절도사건은 2021년 94건, 2022년 116건, 2023년 9월 말 현재 121건으로 증가했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경미한 사건의 피의자가 범죄 전력이 없고, 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인 경우 심사를 통해 처분을 감경해주는 제도다. 4년간 생계형 절도를 저질렀던 386명 중 1명을 제외하곤 모두 감경처분을 받았다.

전국에서도 소액절도 등 생계형 범죄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지난 6월엔 마트에서 토마토 1팩을 훔쳤던 40대 싱글맘이 경찰에 자수해 입건됐다. 그는 혼자 아이를 키우며 생활고에 시달렸고, “방울토마토를 먹고 싶다”는 6살 딸의 말에 절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성만(무소속)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10만원 이하 소액절도 사건건수는 2018년 3만1114건에서 지난해 8만666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보다 소액인 1만원 이하 절도사건은 2018년 7956건에서 2020년 1만1971건, 2022년 2만3787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 감경결정인원도 2018년 6000명대에서 지난해 8722명으로 늘었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4822명이 절도 사건으로 심사위에 회부됐다.

노기윤 울산대 교수(경찰학)는 “생계형 절도범죄는 형사사법 정책으로 접근해선 예방이 쉽지 않고, 그 효과도 크지 않다”며 “사회지원기관들과 협업해 사회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효과적인 예방책이다. 또 실질적인 도움도 될 것이다”고 말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