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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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중 채무 448만명 역대 최대, 경각심 갖고 선제 대응 나설 때

가계부채의 심각성이 갈수록 더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가계대출 현황에 따르면 2분기 기준 3곳 이상 금융 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가 사상 최대인 448만명에 달하고 연체율도 1.4%로 3년3개월래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직전 분기보다 2만명 늘어났고, 전체 가계대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6%로 사상 최대 수준을 유지했다. 이들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평균 62%로 최저 생계비를 빼고 소득 대부분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부채 문제는 202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57.9%에 달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까지 받은 국가채무와 함께 우리 경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취약 차주 상황은 더 심각하다. 취약차주의 DSR은 1분기보다 0.2%포인트 오른 평균 67.1%로 9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DSR이 70%가 넘는 295만명은 원금 상환은커녕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린 형국이다. 자영업 대출도 우리 경제의 뇌관이다. 가계대출과 달리 DSR 규제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2분기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이 가운데 다중채무자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9%(6조4000억원) 늘었다. 자영업 대출자의 71.3%가 다중채무자인 셈이다. 2020년 초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충격 이후 3년 반 동안 대출로 버텨 온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수출 감소와 소비부진 등으로 경기회복이 더딘 게 원인이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2000만원이다.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이자와 1인당 평균 연이자는 각 1조3000억원, 73만원 늘어난다.

다중채무자와 취약차주 문제는 제2금융권 의존도를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자칫 금융 부실화를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경각심을 갖고 취약·고위험 차주의 채무 상환 능력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맞춤형 관리 방안을 내놔야 한다.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금융 비용 완화 등 정책 지원과 채무 조정을 통한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금융 기관도 충당금을 쌓고 자본금을 늘리는 등 건전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